[이슈분석] 임기 4년차 ‘고비’ 맞은 MB
입력 2011-09-16 21:22
“첫째 이명박은 ‘일하는 대통령’이다. 임기 마지막까지 업무 강도를 늦추지 않을 것이다. 둘째 MB정권은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없다. 셋째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할 명분이 없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서 안전한 이유’ 세 가지를 이렇게 꼽았다. 그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 4년차가 얼마나 처참했는지 보라. 지금 상황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이 좋다”고 했다.
확실히 이 대통령의 ‘4년차’는 출발이 달랐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높은 40% 후반 지지율로 4년차를 시작했다(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30%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대였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올해 4·27 재·보선과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잇따라 패했지만 ‘한나라당의 패배’였지 ‘MB의 패배’로 여겨지진 않았다. 김영삼·김대중 정권 4년차에 터진 것 같은 대형 게이트도 없었다.
이처럼 4년차를 무난하게 지나리라 예상됐던 이 대통령이 9월을 넘기지 못하고 ‘트리플 악재’를 맞았다. 먼저 전공인 경제 분야에서 문제가 생겼다. 이 대통령 지지율은 2008년 촛불정국에 곤두박질쳤다가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한 2009년 9월 40%대를 회복해 무려 1년 반 동안 유지했다. 이 추세가 꺾인 건 34%(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로 추락한 지난 4월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지율 40%대가 무너진 최대 원인은 물가와 글로벌 재정위기”라며 “유권자들은 경제 대통령을 기대하고 이 대통령을 뽑아 준 터라 지지도가 유독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악재는 갑자기 불어닥친 안철수 바람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차기 대권 논쟁이 6개월이나 앞당겨진 데다 ‘안철수’로 상징되는 새로운 정치 욕구가 터져 나오자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MB노믹스 근간인 감세정책을 철회시켰고, 원희룡 최고위원은 “현 정부 경제정책의 오류를 고백할 때가 올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에 연루돼 낙마했다. 여권 핵심부를 정조준한 검찰 수사가 ‘박태규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의 독자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지지율 마지노선은 30%라고 한다. 윤 실장은 “정권 말기엔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냉정해진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이 대통령 지지율을 30% 아래로 떨어뜨릴 파괴력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레임덕에서 안전한’ 첫째 이유는 경제위기에 발목이 잡혔고 두 번째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세 번째는 안풍(安風)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카드가 마땅치 않다. 세계적 현상인 경제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고, 다음 달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이 대통령이 2008년 촛불정국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