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 외형보단 내실” 각 대학들 교과부 평가 후 대책마련에 비상
입력 2011-09-16 18:05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의 정부재정 제한대학 발표 이후 대학사회에 빨간불이 켜졌다. 신학대도 예외는 아니다. 그리스도대 서울기독대 고신대 루터대 목원대 등 정부 재정지원 제한이나 학자금 대출 제한에 걸린 신학대는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선지동산’도 객관적인 검증 거쳐야=이번 평가에서 눈에 띄는 것은 11개 신학대(대신대 서울신대 서울장신대 광신대 아세아연합신대 영남신대 침신대 한영신대 칼빈대 한일장신대 호남신대)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평가를 받은 곳은 장신대 감신대 총신대 대전신대 부산장신대다. 대학가에선 이들 11개 신학대가 참여했다면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의 판도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부정적 이야기도 있다.
이와 관련, 교계에서는 “신학대가 목회자 양성을 위한 ‘선지동산’이자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교과부 평가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외형을 키우기보다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과부 평가를 받지 않은 모 신학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 제한이 아닌 교과부의 재정지원 중단에 해당되기에 학교 내부 사정상 올해 평가를 받지 않았다”면서 “내년에는 철저히 준비해 평가를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과부 대학지원과 관계자는 “신학대에 평가 미참여 선택권을 준 것은 ‘교과부의 재정지원을 받은 것도 없는데 왜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히느냐’는 반발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내년에도 종교지도자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계 대학에 선택권을 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외형보다는 목회자 양성에 주력해야=이런 현실에서 신학대 외형을 키우기보다 내실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매년 4대 1 이상의 입시경쟁률로 일반대 못지않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장로회신학대학교는 신학대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장신대는 이번 교과부 평가에서 신입생 충원율(학교 수치 100, 전체 대학 평균 95.92), 재학생 충원율(111.3, 평균 90.07), 장학금 지급률(23, 평균 19.31), 학사관리 등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교수 75명, 교직원 54명, 학생 2700명으로 구성된 이 학교는 학생-교수 간 유대관계가 견고하고 주 4회 의무적인 채플과 경건훈련, 견습 선교사제도(1년 휴학 후 선교지에서 인턴 선교사로 활동) 등을 고수하고 있다. 실력과 영성을 갖춘 재학생들은 졸업 후 목회현장에서 인정받고 훗날 든든한 학교 후원자로 나서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돼 있다. 이런 기본 바탕이 잘돼 있기에 기독교교육과는 지난 6월 교과부 교원양성기관 평가에서 최우수 판정을 받을 수 있었다.
장영일 장신대 총장은 “110년 역사의 장신대는 경건과 학문이라는 건학 이념에 따라 3개 학과(신학과, 기독교교육과, 교회음악과)에만 집중했다”면서 “1990년대 선교영어학과나 유아교육과 등 학과 신설 붐이 일 때 적잖은 고민이 있었지만 창학 정신에 맞게 특성화와 내실화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장 총장은 “몸집을 불리기보다 소수정예로 목회자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주력하는 게 신학대가 살 길”이라고 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