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 시끌벅적할 때 서울대는 속앓이만… 못말리는 폴리페서, 못말리는 대학
입력 2011-09-16 15:48
서울대는 최근 안철수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문제로 속앓이를 했다. 지난 6월 공들여 영입한 안 원장이 불과 3개월만 근무하고 서울대를 떠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현실정치에 뛰어들려는 ‘폴리페서’에 대한 규정을 마련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자초한 게 근본적인 이유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특히 내년 4월에 실시될 19대 총선에서 일부 교수가 출마할 경우 수업 결손 등 학생만 피해를 입게 돼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지난 6일 개최 예정이었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의 2학기 개강 이후 첫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표면상으로는 안건이 없다는 이유였지만 그날 안 원장은 박원순 변호사로의 후보 단일화를 발표했다. 안 원장이 출마 문제로 바쁜 시간을 보내 회의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2008년 4월에 실시된 18대 총선에서 폴리페서 문제로 내홍을 겪었다. 서울대 사범대는 총선에 출마한 체육교육과 김연수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교수직을 유지한 채 선거에 참여해 1학기 내내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는 이후 김 교수에게 감봉 3개월 처분을 내렸다.
서울대는 이후 폴리페서 규제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2009년 6월 ‘선거에 출마하는 교수들은 학기 전 휴직계를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또 선출직에 당선된 교수가 재선을 위해 휴직계를 내는 것도 금지했다. 그러나 규정심의소위원회에서 논의된 내용은 최종안으로 확정되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됐다. 서울대 고위관계자는 16일 “폴리페서 규제안과 관련해 현재 특별히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규정이 없기는 다른 대학도 마찬가지다. 연세대 서강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은 폴리페서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다. 고려대는 학칙으로 임명직 공무원에 대해서만 휴직 규정을 뒀을 뿐 선출직에 대한 규정은 없다.
반면 성균관대는 2008년 9월 국회의원 선거에 공천을 받는 시점부터 교수직을 사직토록 하는 내부지침을 마련했다. 한양대는 선출직에 두 번 이상 당선됐을 경우 협의 하에 면직처리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들이 스스로 자신을 옥죄는 규정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함께하는 시민교육모임의 김명신 대표도 “교수들은 낙선하더라도 학교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서 “대학과 정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행위에 대한 제도적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