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이석연 변수’ 고민… ‘범여권 후보’ 출마 선언에 지도부 거부감

입력 2011-09-16 16:12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16일 범여권 후보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히면서 선거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야권과 마찬가지로 여권도 당내 인사와 외부인사의 단일화 경쟁이 펼쳐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 전 처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각각 범여권, 범야권 후보가 될 경우 사상 초유의 시민운동가 출신 여야 맞대결 구도도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범여권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 전 처장 영입에 공을 들여온 한나라당 지도부가 고민에 빠졌다.

서울시장 후보로 여론의 지지가 높은 나경원 최고위원을 주저앉히고, 인지도가 낮은 이 전 처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범여권 후보’라는 발상 자체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16일 “(경선과 외부 영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이 전 처장도 당내 후보 조정과정에 포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 전 처장 영입을 위한 후보 조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대표의 한 측근은 “이 전 처장을 여당의 단일후보로 ‘전략공천’하거나,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뒤 이 전 처장과 단일화하는 방식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시당 소속 정몽준 전 대표와 안형환 의원 등은 국회 본회장 앞에서 이 전 처장 영입 작업을 벌여온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을 만나 거세게 항의했다.

안 의원은 “우리가 민주당도 아니고 범여권 후보가 말이 되느냐”며 “이 전 처장이 과대망상에 빠진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유승민 최고위원도 “우리당 후보를 뽑은 후에 이 전 처장과 단일화한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생쇼’다”라며 “최고위원회가 열리면 반드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는 이어 “이 전 처장이 그리 대단한 사람인지 의문이고, 그런 발상이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후보 단일화 당사자로 거론된 나 최고위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우리 당이 야당을 따라하는 건 좋지 않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