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개봉후 200만명 이상 관람 ‘소중한 사람’ 치매 환자와 가족의 갈등과 화해 그려”

입력 2011-09-16 17:52


치매는 뇌 기능 상실로 지적 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심해지면 가족도 못 알아보고, 우울증세와 폭력성 등을 보이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 준다.

일본의 마츠이 히사코 감독이 연출한 ‘소중한 사람’은 불현듯이 찾아온 치매로 인해 한 가족이 겪는 갈등과 혼란, 사랑으로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실화가 바탕이 된 이 영화는 2002년 일본에서 ‘오리우메(折り梅:꺾어진 매화는 다시 피어난다)’란 제목으로 개봉된 후 지역 상영회 등을 통해 200만명 이상이 관람했을 정도로 꾸준한 관심을 끌어왔다.

영화 홍보 차 한국을 찾은 주연 배우 요시유키 가즈코(76)를 지난 15일 서울 자양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1957년 스물둘의 나이에 연극 ‘안네의 일기’로 데뷔한 후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 여배우는 칠순을 훌쩍 넘긴 나이인데도 곱고 단아했다.

‘기쿠지로의 여름’의 마사오 할머니로 국내 관객을 만난 적이 있는 그는 이번 영화에서 치매 환자 마사코로 열연했다.

요시유키는 ‘소중한 사람’에 대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그녀를 돌보는 며느리가 상처를 주고받지만 시어머니에게 감춰진 미술적 재능을 발견하고, 이를 살림으로써 해법을 찾아가는 굉장히 행복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치매 환자 역을 연기하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이나 환자 위탁시설 등을 찾아다니며 환자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다.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의 마음을 점차 이해하게 됐어요. 치매란 병에 걸렸지만 그들도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우리와 다를 게 없는 사람들이란 걸 알았죠. 그들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잘 전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도쿄에서 104세 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그는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어머니를 포함해 사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치매환자를 하나의 인격체로서 소중하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족들은 환자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때문에 속이 상해 초조해지기 쉽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하면 결국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언제 찾아올지 몰라요. 그런 일이 닥치더라도 불행하다고 낙담하지 말고, 환자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야 해요. 그러다보면 그 안에서 작은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영화는 바로 그걸 말해 주고 있어요.”

‘소중한 사람’은 자막에 익숙하지 않은 중·노년기 관객들을 위해 한국어 더빙으로 개봉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한국성우협회 회원들의 재능을 기부 받아 더빙판을 만들었다. 개봉일은 ‘세계 치매의 날’인 오는 21일이며 상영시간은 111분, 전체 관람가.

라동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