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억 달러 날린 쿠르드 유전개발사업
입력 2011-09-16 17:39
정부가 대표적 자원외교의 성과라고 홍보한 이라크 북부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한국석유공사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학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참여하고 있는 5개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의 탐사 시추 결과 원유가 없거나 매장량이 극히 적어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이 실패함에 따라 석유공사가 쿠르드 정부에 지급한 ‘서명 보너스’와 탐사비 등 4억 달러(약 4400억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 사업은 양해각서(MOU) 체결 때부터 원유 매장량이 확인되지 않은 탐사광구인데다, 쿠르드 원유 매장량은 이라크 전체 매장량의 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그런데도 정부와 석유공사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도 하기 전에 눈부신 자원외교의 성과를 거뒀다고 적극 홍보했다. 석유공사는 “우리나라 연간 원유 소비량 2년치에 해당하는 원유를 확보하게 됐고, 쿠르드 정부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진출하게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관계가 악화된 것도 큰 문제다. 석유공사가 최근 실시된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사업 입찰 자격 사전심사 등록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매장량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밀어붙이다 이라크 중앙정부의 미움을 산 것이나 다름없다. 전형적인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사례다.
이번 실패 사례는 국회가 석유공사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드러났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쉬쉬하며 은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책임 있는 정부라면 실패한 자원외교 실상을 소상하게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당연히 관련 인사들도 엄중 문책해야 한다.
정부는 쿠르드 유전개발 실패 사례를 계기로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자원외교의 문제는 없는지 면밀하게 분석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