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지현] 이혼에 대한 오해
입력 2011-09-16 17:40
최근 몇 년 동안 안방극장을 점령했던 TV 드라마들이 이혼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드라마가 사회현상을 반영하기에 혈연과 가족관계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 얼마만큼 순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종영한 ‘역전의 여왕’ ‘이웃집 웬수’와 방영 중인 ‘불굴의 며느리’ ‘천만번 입맞춤’ 등은 기혼여성이 이혼 후 멋진 연하의 총각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출발한다는 설정이다. 드라마들은 인물 간의 적절한 관계에서 나오는 재미가 아닌 중년여성들이 꿈꾸는 ‘판타지’를 자극해서 시청률을 올린다는 비판도 받는다.
그러나 현실 속의 이혼은 견디기 힘든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선택하는 최후 수단이다. 후유증은 때론 이혼 전보다 더 힘들다. 이혼을 경험한 여성들은 공통적으로 이혼에 얽힌 네 가지 오해를 지적한다.
첫째는 ‘배우자와의 지긋지긋한 관계가 깨끗이 청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상당수의 이혼자들이 이혼 후에도 여전히 상대방 집안과 마찰을 일으킨다. 재산분할, 아이 방문, 양육비 등이 가장 큰 요인이다. 자녀가 있을 경우 배우자와의 인연은 평생 청산되지 않는다. 둘째는 ‘신나게 연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혼이란 속박이 풀리면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새 애인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쉽게 깊은 정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이혼 후 5∼10년이 지나도록 한 남자도 사귀지 못하는 여성도 많다.
셋째는 ‘언제든지 재혼할 수 있다’는 것. 마음만 먹으면 새 출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사랑에 빠지기가 몇 배는 더 어려워지고 사람을 보는 눈도 이미 너무 계산적으로 변해버렸다. 실패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다. 재혼은 초혼보다 배의 어려움이 따른다. 넷째는 ‘모두가 이해할 것이다’는 것. 내가 이혼을 이해했듯이 남이 나를 이해해 주리라는 섣부른 기대는 스스로 상처만 깊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010년 한국 부부의 이혼은 11만7000건으로 전년보다 5.8% 감소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이혼율이 1위라고 한다. 이혼에 대해 좀 더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지현 차장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