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男 클래식과 사랑에 빠져들다… 남자의 계절 가을 남성복 복고 바람
입력 2011-09-16 17:53
늦더위로 정전사태까지 벌어졌다. 가을이 문 앞까지 와서도 선뜻 들어서지 못한 채 망설이나 보다.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바람이 서늘한 걸보면 가을이 멀지 않았다. 이제 곧 남자들은 셔츠의 윗단추를 잠그고 넥타이를 맬 것이다. 역시 가을은 남자들이 멋있어지는 계절이다.
아무리 바빠도 패션과 뷰티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스타일을 가꾸는 ‘퍼스트 옴므(First Homme)’가 대세다. 올가을 ‘꼬픈남(꽃이고 싶은 남자)’으로 등극하고 싶은 이는 물론 겉멋보다는 실속을 챙기는 ‘알뜰남’들은 트렌드를 꼼꼼히 챙겨보자. 겉치레를 멀리 하는 알뜰남이 왜 유행경향을 알아야 하느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알뜰남은 ‘신상’이 넘쳐나는 백화점보다는 재고 상품을 판매하는 아웃렛을 찾을 터이니, 그곳에서 신상에 버금가는 월척을 건지기 위해선 트렌드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이번 가을 남성복 스타일의 특징으로 클래식으로의 회귀와 비즈니스 캐주얼의 확대를 꼽고 있다. 또 액세서리로 화려하게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클랙식해진 정장=정장이 원래 클래식한 것 아닌가 고개를 갸웃거린다면 최근 몇 해 신사복 매장을 찾지 않은 사람이다. TNGT 김승택 디자인실장은 “그동안 몸에 많이 달라붙고 짤막해졌던 남성 정장이 다시 예전의 편안하면서도 클래식한 스타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허리선을 많이 파내 날씬함을 강조했던 재킷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스타일로 바뀌었다. 기장도 길어지고, 좁아졌던 라펠은 넓어졌다. 단추는 투 버튼과 더블 브레스트버튼이 대세다. 원버튼은 유행의 흐름에서 살짝 비켜섰다.
빨질레리 오지연 책임 디자이너는 “더블 브레스트버튼은 투 버튼의 싱글 스타일보다는 좀 더 점잖고 제대로 갖춰 입은 느낌을 준다”면서 올가을에는 더블브레스트 버튼 재킷에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소재는 클래식 스타일에 걸맞게 울, 면, 캐시미어, 비큐나 등 고급스러움이 강조된 천연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광택감이 도는 화학섬유 정장은 한물간 구닥다리로 보이기 쉽다.
날씬함을 강조하기 위해 짙은 단색, 줄무늬가 그동안 사랑받아 왔다면 올가을에는 회색 브라운색이 뜨고, 클래식의 대명사인 체크패턴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슈트의 단골색상인 감색은 여전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체크는 깅엄 윈도페인 글렌 체크 등 여러 가지.
◇다양해진 비즈니스 캐주얼=넥타이를 풀어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해 입었던 비즈니스 캐주얼 바람이 가을에도 이어진다. 한 벌 정장을 당연하게 여겼던 남성들이 상·하의가 다른 비즈니스 캐주얼의 멋스러움을 눈치 챈 것 같다. 수요가 늘면서 색상 소재 등이 정장보다 더 다양하게 나와 있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고를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고민인 이들도 물론 있다.
갤럭시 상품기획실 추재호 과장은 “마음에 드는 셔츠와 바지를 고른 다음 그에 어울리는 재킷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재킷을 먼저 고르는 것이 정석.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평범해지므로 발상전환을 하라는 것. 핑크색 체크무늬가 있는 흰색셔츠를 고른 뒤 이에 어울리는 바지와 재킷을 고루 입어 보자. 감색 블레이저에 회색바지도 좋지만 갈색 팬츠와 회갈색 바탕에 붉은색 체크무늬 재킷이 더욱 멋스럽다는 것을 알게 된다.
추 과장은 또 “올가을 비즈니스 캐주얼로 멋을 내고 싶다면 레이어드(겹쳐 입기)와 데님에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멋쟁이가 되고 싶다면 재킷 위에 스웨이드나 패딩 조끼를 덧입는 파격적인 차림에 도전해 보자. 데님이 크게 유행하면서 청바지도 비즈니스 캐주얼 범주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올가을에는 트위드 재킷에 청바지를 입는 것도 시도해볼만하다.
◇필수품이 된 액세서리=넥타이를 남성들의 유일한 액세서리로 생각했던 고정관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지이크 파렌하이트 최욱진 디자인 실장은 스카프와 포켓스퀘어를 올가을 남성들이 꼭 마련해야 할 필수품으로 꼽았다. 새신랑이나 하는 것으로 여겼던 포켓스퀘어가 바야흐로 거리패션으로 나오고 있다. 왼쪽 가슴에 있는 포켓은 포켓스퀘어를 위한 것이라니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셈. 정장용은 원래 흰색이지만 처음 하는 사람이라면 재킷과 비슷한 색으로 택하는 것이 무난하다. 스카프는 셔츠 안쪽에 두르거나 셔츠 바깥에 넥타이처럼 묶어도 멋스럽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