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 공유 “장애학생 성폭행 사건에 심장이 ‘쿵쾅’”
입력 2011-09-16 17:52
“소설 ‘도가니’를 읽고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에 욱하며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가 있었죠.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그런 느낌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도가니’의 주연 배우 공유(32)는 연기 변신이 눈에 띈다고 말하자 그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렇게 대꾸했다.
‘도가니’는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한 것으로, 과거 국내 한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실제 벌어졌던 장애학생 상습 성폭행 사건과 재판 과정 등을 다루고 있다. 불편한 사건이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이 영화에서 공유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애인학교 미술교사 강인호로 분해 이전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유는 “연기 변신을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영화가 아니다. 그런 계산이 앞섰다면 결코 ‘도가니’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 복무 시절 부대 지휘관으로부터 선물로 받은 소설 ‘도가니’를 읽고 큰 충격을 받아 소속사 대표에게 영화로 만들 것을 제안했고, 영화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실에 절망하고 분노하지만, 무기력하고, 뭔가를 바꿀 수 없는 인호에게 마음이 끌렸다”면서 “소설 ‘도가니’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영화는 큰 흐름에서 원작을 따라가지만 각색된 부분도 눈에 띈다. 원작에서 인호는 장애학생들 편에 서서 싸우다 막판에 비겁하게 도망치지만 영화에서는 결론은 같더라도 좀더 아이들 편으로 다가가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는 “저나 감독님이나 처음에는 원작의 캐릭터 그대로 가려했지만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감독님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 같다”고 자평했다. 또 “인호의 역할은 관객들을 사건의 중심으로 안내하는 것”이라며 “내가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관객들이 사건의 중심으로 오다가 길을 잃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에, 배우 공유를 드러내기보다는 인호란 캐릭터를 살리는 데 치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원작에서 인호의 무기력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영화적으로 동적인 면을 가미해야 했다. 인호의 분노를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표현하는 게 매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원작을 통해 줄거리가 이미 알려져 있는데도 영화는 공유, 정유미 등 주연은 물론 아역 배우 등의 탄탄한 연기에 힘입어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공지영 작가도 시사회를 보고 난 후 “연기파 배우의 탄생이다. 내 작품이 영화화된 것 중 가장 마음에 든다”며 크게 만족해 했다고 한다.
공유는 이 영화로 인해 사건의 진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기대했다.
“공유가 제안해 영화화가 되고, 공유가 연기 변신을 했다는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이 영화가 다룬 불편한 사건이 실제로 있었다는 걸 더 많은 관객들이 알게 되고, 그들이 저처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어요.”
그는 악역을 한 번도 맡은 적이 없고, 주로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했지만 그런 캐릭터에 자신을 가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장르나 캐릭터를 특정해 놓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아요. 좋은 작품이라면 악역이라고 마다할 이유가 없죠. 그렇게 제 자신을 열어두니 배우로서 여유가 생기고, 작품을 보는 눈도 더 커지는 것 같아요. 저예산 독립영화에도 출연할 생각이 있어요.”
2001년 KBS 드라마 ‘학교4’에서 단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 경력 10년째를 맞는 그는 “한 계단 한 계단씩 차곡차곡 다져 이 자리까지 온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이 있다”면서 “앞으로의 10년, 20년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영시간 125분, 청소년 관람불가.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