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 홍보수석 소환 왜 하나… ‘그림자 실세’ 김두우-박태규 연결고리 실체 캔다
입력 2011-09-16 00:53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입이 열렸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소환을 시작으로 부산저축은행 로비 연루 의혹이 있는 정·관계 고위층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김 수석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현 정권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 상대 뭘 조사하나=검찰은 박씨가 10년 이상 친분을 유지한 김 수석을 접촉,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등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해 실시하던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약화시켜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수석은 당시 청와대 메시지기획관을 맡고 있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3∼6월 120일간 부산저축은행 업무 전반을 대대적으로 검사했으며,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에 영입된 시점도 이 무렵이다. 박씨는 로비자금으로 총 17억원을 받아갔다가 나중에 2억원을 돌려줬다.
검찰은 박씨가 받아간 자금 혹은 이 돈으로 구입한 상품권 중 일부가 김 수석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인사에 대해 전격 출석을 통보한 점을 보면 박씨 진술 외에 확실한 물증을 잡고 사법처리 방침을 굳힌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이미 박씨의 통화 내역과 골프장 라운딩 명단 분석을 마친 상태다. 검찰은 김 수석이 지난해 상반기 박씨와 함께 경기도 광주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으며, 신분을 감추기 위해 이용객 명단에 가명을 기재했던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청탁과 금품이 오갔을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그러나 김 수석은 박씨와 오랜 친분은 인정하면서도 부산저축은행과 관련한 어떤 로비나 금품수수도 부인하고 있다. 대검 관계자도 “(김 수석의) 혐의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 (조사받는) 신분에 대해서는 조사해봐야 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라는 의미다.
◇동시다발적 로비 수사 예고=검찰은 박씨를 다각도로 압박, 지난달 28일 자진입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 로비 수사의 성패를 쥔 핵심 인물로 지목돼 왔다. 그러나 박씨는 구속된 이후에도 자신의 로비 행각 및 그 대상에 대해 함구해 왔다. 따라서 김 수석 소환은 박씨가 관련 진술을 시작했으며, 한동안 교착상태를 보이던 로비 수사가 돌파구를 찾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이 그간 박씨 관련 방대한 자료를 축적해 온 점을 감안하면 이른 시일 내 또 다른 정·관계 인사가 수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이미 검찰 주변에서는 언론계 출신의 또 다른 유력 인사, 금융감독 당국 고위 인사 등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