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급 소환 처음… 청와대 충격

입력 2011-09-15 22:04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의 전화를 받은 것은 15일 오전이다. 최 부장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소환조사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전했고, 김 수석은 오후에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이를 알렸다. 그는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수십 차례 통화하고, 골프도 친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박씨와 저축은행 얘기를 한번 나누긴 했지만 어떤 행동을 한 건 절대 없다”고 해명한 터였다. 그러나 김 수석이 임 실장 등 청와대 고위 참모들과 논의 끝에 사표 제출을 결정하기까지는 반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청와대는 충격에 휩싸였다. 김 수석은 김효재 정무수석, 장다사로 기획관리실장 등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의 의사결정에 가장 깊숙이 관여하는 핵심 측근이다. 이 대통령은 교육비리, 토착비리, 권력비리를 반드시 척결해야 할 3대 비리로 규정해 왔다. 서민을 울린 대표적 비리 사건에 김 수석이 연루된 것은 친서민을 표방해 온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 인사들은 그동안 이 대통령의 임기 4년차에 대해 “과거 정권과 달리 비리 ‘게이트’가 없어 레임덕도 없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김 수석이 청와대 수석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검찰이 포착했다면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정권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수석은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기자실에 배포한 글에서 그는 “착잡하고 억울해 마음과 몸을 가누기 어렵다”며 “민간인으로 돌아가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수석급 고위 참모가 소환되기는 처음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