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요 예측 잘못해 전력 대란 부르다니

입력 2011-09-15 21:24

15일 오후 예고 없는 정전사태가 전국을 강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전력 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관계 당국이 예방 점검차 상당수 발전소 가동을 멈춘 상태에서 전력 수요가 일시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날 전력 피크로 6400만㎾의 수요를 예상했지만 최대 6721만㎾가 몰려 과부하를 막고 예비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단전을 실시했다는 것이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의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전국은 대란을 방불케 하는 혼란을 겪었다. 일부 은행 업무가 마비되고 중소공장 가동이 중단되는가 하면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국 1000여건의 엘리베이터 멈춤 사고가 발생, 30분 이상 사람이 갇혔다는 신고가 속출했다. 휴대전화가 먹통이 돼 통신사들은 비상시스템을 가동했고 서울에서만 250여곳의 신호등이 작동을 멈춰 퇴근길 혼란이 가중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병(丙)호 비상’을 발령하기까지 했다. 패해 집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결코 이상기온이나 수요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당국이 전력 수요와 기상예보, 지역적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한 것이 아니라 예년의 수치에 짜 맞춘 안일한 예측이 대규모 사고를 부른 것이다. 늦더위가 주말까지 이어진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음에도 전국적으로 제한 송전을 하게 된 데에는 어떤 변명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대지진으로 전력이 크게 부족하고 송전망까지 대거 파괴된 일본이 한여름에도 정전사태 없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범국민적 절전운동 외에 전력회사 측의 정확한 수요예측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전국 대부분 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고 남부 지방에서는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다고 하지만 9월 중순에 이런 대혼란을 겪는다는 것은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전예방 기능이 크게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혼란을 겪는 국민들이 미리 알고 있어야 할 어떤 원칙도 없었다. 정부는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는 한편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적절한 보상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