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커질까 꺼질까… 獨·佛 “유로존 탈퇴 없다”
입력 2011-09-15 21:33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또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다”며 지원사격에 나섰고, 미국 등도 그리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자금줄이 확보되지 않는 한 유로존 국가들의 빚 문제는 시한폭탄이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움직임이 ‘질서 있는 디폴트’를 위한 시간 벌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언급하고, 유로존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까지 낮추자 불안감은 지속되고 있다.
◇“그리스 구하자”=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오후 7시(현지시간)부터 1시간가량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와 전화회담을 가진 뒤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긴축안을 엄격하게 이행한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유럽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금융협회(IIF) 총재 역시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면서 유럽 각국의 결단력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여기에 유로존 국채를 사들일 수 있을 만큼 외환보유액을 쌓은 중국과 브릭스(BRICs) 등 신흥국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하나 구원투수로 부상하고 있고, 러시아도 유로본드 매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스는 몸집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리스 국영방송 채널인 ERT-1을 조만간 폐쇄하는 등 국영기업 151곳에서 14일 내 인력의 10%, 총 2만명을 해고할 것으로 보인다.
◇곳곳 위험 산재=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유로권 은행 리스크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EU 경제재정위원회(EFC)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유럽의 재정위기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으며 유럽 은행이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부채 확대→은행의 자금난→저성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리스크를 문제 삼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한 관계자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재정위기가 확대되면 프랑스에 이어 독일의 대형 은행들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해묵은 유로본드 도입 논의도 재등장했지만 독일 등의 반대가 만만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리스 다음으로 빚에 허덕이는 이탈리아도 문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탈리아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현실화된다면 유로존은 또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디폴트 전염 가능성 등을 이유로 EU 집행이사회도 유로존 3, 4분기 성장률을 3월 전망치보다 각각 0.2% 포인트, 0.1% 포인트 낮췄다.
일단은 16, 17일 폴란드에서 개최되는 EU 재무장관회담이 유로존 불안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는 지난 7월 21일 합의한 구제금융안 승인 여부와 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실사단의 6차분 지원금 집행 여부가 결정된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