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규모 정전사태] 늦더위 예보했는데도… 가을 수준 공급량 낮춰

입력 2011-09-15 22:00


15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사태는 정부 당국의 안일한 전력수요 예측 때문에 빚어졌다. 정부는 지난주 더위가 한풀 꺾이자 전력수요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고 상당수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으나 기온이 갑자기 높아지면서 전력수요가 급증해 수급을 맞추지 못했다.

전력수요 관리를 담당하는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늦더위로 전력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전력 공급이 일시적으로 부족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이 지난 9월 중순의 늦더위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올 여름철엔 최대전력수요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하면서 전력부족 우려가 제기됐었고, 이번주 날씨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지난주부터 서늘한 날씨를 보이자 가을철 발전소 계획정비를 시작해 이날 현재 전국 23개 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했다. 이는 발전용량으로는 총 834만㎾ 규모로 전국 전체 용량의 11%에 이른다. 게다가 발전소 2기는 고장 상태였다.

이에 따라 전체 발전용량의 10분의 1가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날 전력수요가 6726만㎾에 달해 정부 예상치를 320만㎾가량 웃돌자 전혀 손을 쓰지 못했다. 불과 1주일 전까지 전력 공급 부족사태를 우려해 놓고 늦더위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았던 셈이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여름철(6∼8월) 최대전력수요는 지난달 31일 7219만㎾로 공급예비력은 544만㎾, 공급예비율은 7.5%였다. 지난해 하계 최대치인 6989만㎾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지경부는 8월 말 늦더위가 시작되자 지난 9일까지 비상대책상황실을 연장 운영했다. 그런 비상상황에서 무더기로 발전소 계획정비를 시작했고 결국 1주일도 안돼 전력공급 부족에 따른 대규모 정전사태를 불렀다. 게다가 이날 전력수요(6726만㎾)는 올 여름 전력피크(7219만㎾)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주 서울지역 기온이 21도까지 떨어지는 등 서늘한 날씨가 이어지자 긴장감이 풀려 과도하게 발전용량을 낮췄다가 이런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서울지역 낮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가는 등 늦더위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어디에서도 경고음은 울리지 않았다.

여름철에 예년과 다른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다면 최소한 9월에도 늦더위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전력수급 계획을 세웠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전력거래소의 오판으로 전국적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노석철 김정현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