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대규모 정전사태] 승강기에 갇히고 공장 멈추고 은행업무 ‘스톱’

입력 2011-09-15 22:00

전국에서 15일 오후 갑자기 정전사태가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일부 산업단지의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은행 업무가 마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서울의 정전사태는 이날 오후 3시11분쯤 도심 전역에서 발생했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된 여의도와 서초동 일대에서는 엘리베이터 운행이 갑자기 중단돼 시민들이 갇히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동 한국휴렛팩커드 본사 빌딩은 오후 3시30분쯤부터 4시10분까지 약 40분간 22층 전층이 정전돼 일부 직원이 한동안 엘리베이터에 갇히기도 했다. 서울 전역에서 100여건, 전국에서 400여건의 엘리베이터 구조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삼선동1가 한성대로터리 등 시내 곳곳에서 정전으로 교통 신호등 250여개가 마비돼 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시내 31개 경찰서에 ‘병(丙)’호 비상을 발령하고 신호등 작동이 멈춘 곳에 인력을 투입해 수신호로 교통 상황을 관리했다. 일부 은행도 전산이 마비돼 시민들이 오후 한때 은행을 이용할 수 없었다.

정육점과 횟집 등 냉장고를 쓰는 가게 주인들도 갑작스러운 정전에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 목동야구장에서는 오후 6시44분쯤 정전으로 조명이 꺼져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66분간 중단됐다.

인터넷 원서 접수를 받고 있는 대학과 수험생들도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원서 접수를 마감하는 가톨릭대 전남대 인천대 부산대 동아대 국민대 덕성여대 등 전국 34개 대학 중 상당수가 마감일을 연장했다.

오성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지원실장은 “15일 원서 접수를 마감키로 했던 대학들이 접수 마감을 24시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연장 여부 등은 학생들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도 큰 불편을 겪었다. 500여개 업체가 입주한 첨단산업단지와 1000여개 업체가 있는 하남산업단지 등에도 일부 구간에 정전이 발생, 공장 가동이 멈추는 등 피해를 봤다.

충남 천안의 외국인투자지역 내에 입주한 한 2차전지 재료 생산 업체는 9개의 전기로 가운데 5개의 가동이 중단돼 피해액이 수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분당테크노파크는 5개동이 단전되면서 IT·제조업체 1000여곳이 업무를 중단해야 했다.

정전 피해를 입은 강릉과학산업단지 입주업체 관계자는 “의료기기의 일종인 원심분리기를 생산하던 중 공장 가동이 멈췄다”며 “피해액이 얼마나 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서부산업단지와 남동공단 등도 정전으로 공장 가동이 30분 이상 멈춰서면서 피해가 발생했다. 한 철재 파이프 생산업체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포항 철강공단에는 300여개 업체 중 60여개 업체가 1시간 정도 공장을 가동하지 못했다. 구미산업단지에도 정전으로 생산라인이 중단돼 20여개 업체가 원료를 폐기하는 등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

최승욱 유동근 기자, 의정부=김칠호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