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른 情·낳은 情 ‘솔로몬의 지혜’
입력 2011-09-15 18:25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던 2010년 1월. 다영(가명·여)이는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채우지 못하고 미숙아로 세상에 나와 숨쉬는 것조차 버거울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될지도 모른다”는 병원 측의 설명에 생모는 ‘입양을 보내겠다’는 뜻만 전한 채 퇴원수속도 밟지 않고 야반도주했다.
병원 간호사를 통해 다영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재미교포 ‘매리(marry·인터넷 포털 닉네임)’는 한국을 방문, 다영이의 모습을 본 뒤 입양을 결심했다. 매리에게 다영이는 하늘이 내려 준 천사였다. 정성어린 간호 때문이었을까. 다영이는 하루가 다르게 몸무게가 늘고 키도 자랐다. 가장 염려됐던 심장도 튼튼해졌다. 다영이는 지난해 말 긴 병원 생활을 마치고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와 함께 미국으로 갔다.
하지만 지난 7월 생모는 “다시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다. 매리는 가슴으로 낳은 다영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아픈 다영이를 입양 보내고 하루도 마음 편할 날 없었을 생모를 생각하면 모질게 연락을 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고민 끝에 매리는 최근 유명 포털 게시판에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다영이의 사진들을 올렸다.
그는 “반년 뒤 미국 영주권 신청과 함께 시민권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아이가 이 다음에 친엄마를 만나고 싶어 한다면 흔쾌히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매리가 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생모는 “더 이상 아이를 데려간다고 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아이가 커가는 모습이나 소식을 간간이 들었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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