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에… 원화 ‘추풍낙엽’
입력 2011-09-15 18:22
유로존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내 엔화 등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지난 8월 글로벌 주가 대폭락 때와 다른 양상이다. 특히 원화는 불과 한 달 반 사이 5% 넘게 평가절하돼 다른 경쟁국 통화보다 외풍에 취약함을 보여줬다.
15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6원 오른(원화 약세) 1116.40원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3.8원 내린 1104.0원으로 출발했으나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설이 흘러나오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장중 1119.9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나마 이날 오후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상승폭은 10원 이하로 둔화됐다. 그리스 사태 등으로 불안감을 느낀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자산을 매도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0포인트 이상 올랐지만 외국인은 1800억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웠다. 원화는 이날 현재 미국 및 유럽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7월 말보다 5.5% 평가절하됐다.
통화 약세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호주 달러는 미 달러에 비해 같은 기간 6.6% 절하됐고 말레이시아 링기트(-4.2%), 싱가포르 달러(-3.3%) 등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링기트 환율은 지난 5일 달러당 2.9642링기트에서 15일 3.0783링기트까지 6일 연속 오르기도 했다.
신흥국 통화는 처음 미·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8월에는 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하다 이달 들어 급격히 약세를 보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달 5일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보름간 태국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의 통화는 달러화 대비 0.3∼0.4% 떨어지는 데 그쳤다. 원화도 7월 말 대비 8월 말에는 1.1% 가치하락한 데 그쳤다. 그러나 이달 들어 그리스 부도설로 유로존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후퇴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자 결국 신흥국 통화들이 빠르게 주저앉은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연구위원은 “유로존 국가들의 향후 조치 등에 의해 환율 추이가 결정될 것”이라며 “국제 금융시장 경색이 쉽게 풀리기 어려운 만큼 환율 변동성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