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건수·평가액 뚝… 뚝 자문형랩의 ‘굴욕’
입력 2011-09-15 18:22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자문형 랩어카운트가 최근 추락하고 있다. 유럽발 경기둔화 우려가 불거지며 시장보다 큰 폭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6월부터 평가금액이 급감하더니 7월부터는 계약건수마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한 자문형 랩이 과거의 인기를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자문형 랩은 편입비율 규제 없이 시장의 상황에 따라 주식과 채권 등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사모펀드다. 종목 선정과 운용은 투자자문사가, 주식거래와 계좌관리는 증권사가 주로 담당한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이 취급한 자문형 랩의 계약자산(평가금액) 잔고는 7월 말 현재 8조9647억원으로 6월(9조669억원)에 비해 1022억원 줄어들었다. 계약건수도 7월 말 10만9733건을 기록, 6월(11만70건)보다 337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계약건수가 전월보다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지난달부터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문형 랩의 자금 증발은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의 자문형 랩 평가금액은 7월 말 3조3600억원에서 지난 9일 2조6000억원으로, 우리투자증권은 7월 말 1조2700억원에서 지난 14일 97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은 2387억원, 한국투자증권은 2673억원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자문형 랩 시장을 떠나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저조한 수익률이다. A증권사가 공개한 자문형 랩 상품 15개의 수익률은 지난 9일 기준 최근 1개월간 평균 -2.0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0.64%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시장 수익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최근 3개월간 평균 -24.73%를 기록, 시장 하락 폭(-12.48%)의 2배를 기록했다.
B증권사가 내부 자료로 보관하고 있는 자문형 랩 상품 63개의 수익률을 살펴보면 코스피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한 상품은 최근 1개월간 14개, 3개월간 19개뿐이었다. 운용 개시 이후 손실을 입지 않은 상품이 63개 가운데 9개에 불과했다.
증권사와 운용사는 대책 마련에 고심이지만 변덕이 심한 장세 속에서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의 임원은 자문형 랩에 대해 “집중 투자가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를 확인한 격”이라며 “뚜렷한 요인이 없이 일시적으로 인기 있었던 상품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자문형 랩의 취지는 소수 우량주 압축 투자로 수익률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인데, 시장이 버텨줄 때만 가능한 이야기”라며 “시장 전체의 분위기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자문형 랩이 다시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