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원인] “서울시가 한 원인조사 어떻게 믿나” 市·서초구 상대 소송도 불사 태세

입력 2011-09-15 18:05

지난 7월 27일 발생한 서울 우면산 산사태가 천재(天災)로 결론 내려졌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 피해 주민들은 소송과 구청장 주민 소환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싸울 태세다.

산사태로 떠내려온 자동차에 아버지를 잃은 이혜경(43·여)씨는 “산사태에 책임이 있는 서울시가 한 원인 조사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산사태 당시 서울시에서 나온 공무원도 ‘서초구가 지난해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를 제대로 치우지 않아 토사에 휩쓸린 나무가 자동차를 덮쳤고 결과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씨는 또 “집 수리비로 4000만원 넘게 들었다. 그런데 보상은 동사무소에서 준 100만원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서울시와 서초구를 상대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다.

산사태로 외손자를 잃은 이납지(83·여)씨는 “몇 번이고 나무 좀 잘라 달라고 서초구에 민원을 넣었는데 묵살됐다. 어떻게 천재로 결론이 날 수 있는가”라면서 “죽은 아이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이대로는 내가 눈을 못 감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씨의 외손자 임중경(34)씨는 산사태 당시 아버지 방춘(65)씨의 배수 작업을 돕다가 집 앞 상수리나무에 깔려 숨졌다. 전원마을 지하 세입자 오정순(51·여)씨는 “집 앞에 세워 놓은 승용차가 떠내려가고 집 전체가 침수됐는데 보험회사에서 받은 돈은 고작 70만원”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원마을 자치회 관계자는 “천재로 결론 나면서 서울시나 서초구가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니 내년 여름이 또 걱정된다”면서 “피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관청이 올바른 태도를 갖도록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 자치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전원마을 세입자 400여명이 집단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인근 래미안 아파트·형촌마을의 유가족 10여명도 공동으로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