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원인] “人災 아닌 天災” 결론… 책임회피 논란 더 가열
입력 2011-09-15 18:00
서울시는 지난 7월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집중호우에 따른 천재(天災)라고 결론 내렸다.
이례적인 폭우로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흙탕물과 함께 쏟아져 내리면서 돌과 흙더미, 나무 등이 배수로를 막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시는 그러나 산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미흡한 수방대책 등 ‘인재(人災)’ 가능성을 배제, 피해 주민 일부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군부대 없었더라도 무너졌을 것”=우면산 산사태 원인조사단은 15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집중호우가 산사태를 일으킨 주원인이라는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오후 4시20분부터 다음 날인 27일 오전 7시40분까지 서초동 서초관측소, 남현동 남현관측소 기준 각각 230㎜, 266.5㎜의 집중호우가 내렸다. 이들 지역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다시 1시간 동안 이들 관측소 기준 각각 85.5㎜, 112.5㎜의 비가 쏟아져 지반이 붕괴됐다.
서초구는 사건 발생 초기 우면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가 산사태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했으나, 조사단은 관련성이 거의 없다고 부인했다. 정형식 조사단장은 “군부대가 없었더라도 무너졌을 것”이라며 “군부대 경계 부분의 석축과 철책, 토사가 일부 유실됐지만 영향은 미미했다”고 말했다. 김인호 국방부 시설국장은 “군은 이번 산사태에 군부대가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며 “조사단의 과학적이고 정밀한 조사를 통해 해명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는 지반공학, 사방공학, 지질학 전문가 등 16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을 꾸려 40여일간 현장 조사와 데이터 정리,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를 거쳐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는 1억3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서울시·서초구 책임은=조사단은 시와 서초구 등 관리기관의 책임 소재를 가리지는 않았다.
주민들이 피해를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적한 생태저수지에 대해서도 조사단은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정 단장은 “생태저수지가 흙을 잡아 두는 역할을 해 (황토물이 쏟아져 내리는) 속도가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저수지가 무너졌기 때문에 좋은 역할, 나쁜 역할을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생태저수지는 수방시설로서 작동하지는 못했지만 흘러내려 오는 일부 모래를 쌓아 두는 역할을 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저수지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공원 위주의 설계를 하면서 저수지의 안전성 검토가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산사태 원인으로 지적됐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터널 공사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3개월 전인 지난 4월 발파공사가 끝난 데다 산사태 원인으로 작용하기에는 공사 현장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배수로 설계를 소홀히 한 우면산 난개발로 산사태가 터졌다는 지적도 있었다. 정 단장은 “전체적인 마스터플랜 없이 난개발돼 배수 계획이 전체적으로 통합되지 않은 곳이 서울시에 많다”고 덧붙였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