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공교통센터 마비 재발 방지책 마련해야

입력 2011-09-15 21:23

민간 항공기의 이착륙을 통제하는 인천공항 항공교통센터(ATC)의 컴퓨터 시스템이 14일 1시간가량 마비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천공항 ATC는 매일 국내 공항에서 이륙하거나 외국에서 이륙해 우리 영공을 통과하는 항공기 1400여대의 통제를 전담하는 곳이다. ATC 컴퓨터 시스템이 마비되면 이는 그대로 우리 영공의 마비로 이어진다. 다행히 하루 중 비행 편수가 적은 오전 10시30분쯤 발생해 항공대란은 면했지만 큰 혼란을 부를 수 있는 사고였다.

국토해양부는 “ATC 서버 중 비행자료전달장치(FDP) 프로그램이 57분간 작동되지 않아 항공기 18대의 이륙이 지연됐다”며 “리부팅을 한 뒤에야 FDP가 정상화됐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FDP 복구가 늦어지자 일본과 중국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우리 영공을 지나가는 항공기의 이륙 간격을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FDP는 단독 시스템이기 때문에 해킹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지만 원인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예단할 일이 아니다. 고도의 해킹 기술을 갖춘 불순 세력의 사이버 테러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철저히 조사해야 마땅하다. 또 컴퓨터 시스템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조사를 병행하고, 서버 장애에 대비한 백업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원인도 밝혀내야 한다.

인천공항 ATC 컴퓨터 시스템은 2004년과 2006년에도 FDP 장애를 일으켜 약 1시간씩 먹통이 된 적이 있다. 항공업계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수년에 한 번씩 터지는데도 안이하게 대처한 것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컴퓨터 시스템 장애는 물론 천재지변, 테러 등으로 인해 ATC 관제 업무가 마비될 경우에 대비해 제2의 ATC 건설 필요성과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충북 청주 등 3곳을 놓고 조율 중인 국토부는 부지선정위원회를 열어 후보지를 최종 결정한 뒤 내년 기본설계를 거쳐 2015년 제2의 ATC를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ATC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할 경우 어떤 불상사가 벌어질지 예단할 수 없는 만큼 제2의 ATC 건설을 앞당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