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로 목회사역 펼치는 새로남교회 김태훈 목사

입력 2011-09-15 15:42


[미션라이프] 아마추어 야구 용인보라리그 2009년 결승전. 9회말 투아웃. 경기스코어 7대 8, 주자 만루. 타석에 들어선 정구영(19) 군은 배트를 다잡았다. 그가 안타를 치면 팀은 승리할 수 있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 헛스윙. 두 번째 공이 날아온다. “스트라이크.” 정신을 집중한다. 마지막 공이다.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또 헛스윙하고 만다. 3진 아웃. 자책감에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팀 동료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괜찮아, 구영아 스윙이 저번보다 훨씬 좋아졌어.” 오히려 박수를 치며 격려한다. 동료선수 한명이 울고 있는 그를 꽉 껴안는다. 구영 군의 아버지 정진규(52) 씨다. 정씨는 구영 군과 같은 팀에서 야구를 하며 아들과 대화가 늘었다. “구영이가 어떤 과목을 어려워하는지, 어떤 가수를 좋아하는지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는 속속들이 다 압니다.”

이들이 속한 팀의 이름은 ‘새로남교회’. 선수 겸 감독으로 이 팀을 이끌고 있는 김태훈(35) 목사는 희생과 협력, 배려를 내세우는 야구를 사역 도구로 삼고 있다.

-새로남교회 야구팀은 어떤 팀인가.

“아마추어 야구팀으로 중학생 5명, 고등학생 2명, 40대 이상 장년층 5명으로 구성됐다. 그중 10명은 부자(父子)관계다. 현재 화성JT리그에 소속돼있고, 매주 토요일 마다 경기한다. 지금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리그 소속 15개 팀 중 14위다. 하지만 승리가 목적이 아니기에 즐겁게 하고 있다.”

-교회에 야구팀을 만들게 된 계기는.

“교회가 위치한 지역(서울 우면동)에 빈곤가정과 이혼으로 인한 결손가정이 많다. 가난에, 부모에 상처 입은 아이들은 자신감이 없어 인간관계를 맺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꿈이 없는 아이도 많다. 교회가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운동이 아이들의 관계성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특히 협동과 희생을 배울 수 있는 야구를 택했고, 가정의 회복을 위해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뛰는 팀을 기획해 모집했다.”

-아마추어리그에 나이제한은 없나.

“원래 규정은 만 19세 이상 참가할 수 있다. 2008년 말 팀 창설 후 용인보라리그, 지난해 말에는 화성JT리그 운영진을 찾아가 창설 취지를 설명했더니 규정을 만 14세 이상 참가 가능으로 바꿔주었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매우 좋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이 한 팀에서 뛰며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대화가 단절됐던 관계가 회복됐다. 경기에서 실수해도 격려해주고 믿어주는 팀원들이 있으니 아이들도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더라. 교회에 다니지 않던 부모도 아이가 변하는 것을 보고 교회에 나온다. 정진규 성도님도 구영이를 따라 나왔다가 지금은 단장으로 교회 사역에 앞장서고 있다. 경기 때마다 성도들은 손수 만든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한다 .”

-야구에서 크리스천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했는데.

“야구에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등 타인을 위한 헌신이 있다. 자신의 죽음(아웃)으로 다른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쳐주신 십자가 희생의 원리와 같다. 경기나 연습 때마다 매일같이 팀원들에게 위와 같은 예시를 들어 복음의 의미를 설명한다. 한층 쉽게 이해하더라.”

-돌아가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교회를 맡았다.

“아버지는 개종인 선교에 앞장섰던 고(故) 김진규 목사다. 우리 집안은 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주지스님이셨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집안이었다. 아버지도 15년간 불교에 몸담고 계시다가 복음을 접하고, 목회자의 길을 택하셨다. 1990년 이곳에 새로남교회(당시 중생교회)를 개척하시고, 2006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시기까지 87명의 승려와 보살을 개종시켰다. 2007년 4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임했다. 목회자 없는 교회. 특히 개척교회는 더욱 어수선하다. 아버지가 하셨던 개종인 선교도 귀한 일이지만 나의 색깔을 찾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했다. 초·중교까지 야구는 내 삶의 전부였다. 당연히 장래희망은 야구선수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즐겁게 야구를 하고 있다. 프로선수는 아니지만 사회인 야구로 시합을 하고, 감독으로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무엇보다 아버지가 분명하게 보여주신 믿음을 대를 이어 목회에 적용할 수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이사야 기자 isay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