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책속 풍경… 아이들은 어떤 느낌일까

입력 2011-09-15 17:41


나는 뭐 잡았어?/글 안순혜·그림 홍윤희/학고재

김치통 나르는 엄마 옆으로 당면과 파, 미역, 과일 상자가 어지러이 널려있다. 등 너머로는 우유팩과 생수, 달걀, 양념단지가 가지런히 놓인 냉장고 내부가 보인다. 아이 방 벽지는 어디서 본 듯한 꽃문양. 옷장 위에는 활짝 웃는 아이들 사진과 인형, 책 몇 권이 역시나 낯익은 모양새로 서있다. 애 키우는 이웃집 현관문을 열면 만날 것 같은 풍경. 눈에 익은 우리 일상이다.

‘나는 뭐 잡았어?’는 흔하디흔한 돌잔치 이야기다. 잔치음식을 준비하고, 가족이 모이고, 돌잡이를 하고, 즐거운 하루는 소복이 내리는 눈과 함께 마무리된다. 별스런 줄거리도, 요란한 기교도 없는 책의 매력은 그런 별거 없음에 있다. 냉장고와 부엌 선반, 인터폰, 잔치 준비에 몸살 난 엄마의 피곤한 얼굴 같은 것들이 주는 편안함이다.

외국작가의 그림책만 보고 자란 아이들은 미의식이 왜곡된다고들 걱정한다. 그런 우려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그림책 고를 때 판타지와 일상, 낯선 것과 낯익은 것의 균형은 고민해볼만하다. 누구에게나 떠나고 싶은 일탈의 본능만큼 안락함의 욕구가 있지 않은가. 아이들은 우리 가족이 하는 걸 남들도 하는구나, 이런 깨달음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자신이 공동체 일원이라는 걸 확인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걸게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