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미혼모 아기 안타까운 사연 보도에 대학생들 ‘시열이 돕기’ 팔 걷었다

입력 2011-09-14 23:46


“우리가 도울게요!”

대학생들이 시열이 돕기에 나섰다. 대학생자원봉사단 ‘V원정대’ 소속 대학생들과 대표 김상민(38)씨는 14일 오후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을 다녀갔다. 시열이와 시열엄마 장은희(26)씨에게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V원정대는 2009년 출범한 대학생 자원봉사단체로 현재 2만여명의 학생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 중이다. 이날 병원에 다녀간 학생은 모두 8명. 호서대 문화기획과 4학년생 이유진(22·여)씨는 “일찍 결혼한 친구의 아이가 이번에 돌잔치를 하는데 시열이를 보니 남의 일 같지 않고 마음이 아프다”고 눈물을 훔쳤고, 성균관대 사학과 2학년생 김강철(24)씨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아 아버지 없이 살아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안다”면서 “물질적인 후원도 중요하지만 아빠처럼, 삼촌처럼 함께 지켜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상민 V원정대 대표는 “국민일보 보도를 접한 뒤 어떻게 도와야 할까 고민하다 찾아뵙게 됐다”면서 “일단 가장 급한 것이 거처를 마련하는 일”이라며 적극 돕겠다는 봉사단의 뜻을 전했다. 이에 장씨는 “학생들도 학비 마련하느라 힘들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봉사단은 이미 시열이 가족이 머물 거처를 물색 중이다. 봉사단은 시열이 엄마가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고 이후에도 모자를 후원하는 일에 앞장설 계획이다.

미혼모협회 최형숙(41)씨도 이날 자리를 함께했다. 최씨는 “한국여성재단을 통해서도 방을 내주겠다는 후원자의 연락을 받았는데 모자가 머물기엔 적합지 않아 고민하던 중이었다”면서 “대학생들이 나서주니 고맙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놀라워했다.

시열이는 구순구개열에 심장기형, 횡경막 탈장 등 많은 병을 안고 태어난 생후 6개월 된 남자아기.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미혼모인 엄마 장씨와 단둘이 임시 거처를 전전하며 지낸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일보를 통해 보도(9월 2일자 24면)되면서 각지에서 성원이 밀려들고 있다. 대학생들을 비롯해 제대를 앞둔 군인, 고학생, 혈액암을 이겨낸 아이의 부모 등 많은 이들이 병원을 다녀갔다.

후원금도 답지했다. 장씨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계좌로 입금된 돈은 800여만원. 장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놀랐다”며 “덕분에 시열이 건강상태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고, 희망이 생겼다”고 고마워했다. 4㎏에 불과했던 시열이 몸무게는 병원 입원 후 현재 5.2㎏까지 늘었다.

시열이는 지난달 31일 횡경막 탈장과 구순구개열 수술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이르면 다음 주 중 탈장 수술을 받고, 다음 달 구순구개열 1차 수술도 받을 예정이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