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관 협상 ‘3자 러시아 회동’ 가능성
입력 2011-09-14 21:31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4일 남·북·러 PNG(파이프천연가스) 프로젝트 실무협의차 러시아를 방문했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17일 귀국 일정으로 현지를 찾은 주 사장은 이 사업의 러시아 측 파트너인 가즈프롬 주요 관계자들은 물론 북한 측 관계자를 만나 PNG 프로젝트에 관한 3국간 입장을 조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측 김희영 원유공업상을 단장으로 하는 원유공업성 대표단은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13일 평양을 출발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이 프로젝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경우 이 사업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고, 북한도 크게 반대하고 있지 않은 만큼 빠른 진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중국의 참여 여부에 대해 “가능성도 있으나 수요처 입장에서 보면 중국 한국 일본 모두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경쟁하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경유하는 가스관으로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지역 생산 천연가스를 남한에 공급하려는 PNG 사업은 최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에서 긍정적으로 논의된 것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남·북·러 가스관 사업 실무책임자 접촉은 그동안 한·러, 북·러 정상 차원에서 이뤄진 협상의 후속조치 성격이 짙다.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 북한 원유공업성은 오래 전부터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추진해온 주체들이다. 그러나 이들 기관을 대표하는 총책임자들이 같은 시기에 러시아에 머물기는 처음이다. 정부 소식통은 “러시아가 계획한 건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도 남·북 가스관 사업 실무책임자가 러시아를 같은 시기에 방문하는 만큼 3국 파트너가 함께 만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주 사장은 지난달 초 러시아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아나넨코프 가즈프롬 부사장을 만났으며, 김희영 원유공업상은 지난 7월 초 평양에서 아나넨코프 부사장과 회담한 바 있다.
주 사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가스관 사업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후 첫 행보여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주 사장은 이 대통령이 1990년대 초 현대건설 회장으로 있을 때 구소련 정부와 가스관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현대종합상사 상무로 실무를 도맡았던 인물이다.
가스공사와 가즈프롬 간 협의에 이어 다음달 24∼25일에는 서울에서 한·러 경제공동위원회가 열려 가스관 협상이 또 한번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측에서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러시아 측에서는 빅토르 바사르긴 지역개발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한다. 바사르긴 장관은 지난달 말에는 북한 측과 경제공동위원회를 가졌고 그 자리에서 가스관 연결 사업과 관련한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11월에는 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가스관 협상이 중요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현 백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