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 에버랜드 지분 20.64% 매각 시동… ‘순환출자 → 수직화’ 삼성 지배구조 15년 만에 바뀐다
입력 2011-09-14 21:27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25.6% 중 20.64%를 매각한다. 이에 따라 15년간 유지돼 온 삼성그룹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수직출자구조로 바뀌게 됐다. 이를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 3세로의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인용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따른 법률(금산분리법)에 따라 내년 4월까지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을 최소한 20.6% 이상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금산분리법은 ‘금융회사는 비금융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배구조 변동은 없으며, 다만 기존 순환지배구조 고리가 끊어지고 수직구조로 바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현재 이재용 사장 등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세 자녀를 포함한 오너 일가가 에버랜드 주식 45%를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를 정점으로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삼성카드가 25.6% 지분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삼성에버랜드가 19.34%로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7.21%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35.3%로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순환고리는 끊어지고,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의 수직출자 지배구조로 바뀌게 된다. 결과적으로 삼성에버랜드를 차지하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셈이다.
삼성카드가 에버랜드 지분을 팔더라도 이재용 사장(25.1%),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부사장(각각 8.37%), 이건희 회장(3.72%) 등 그룹 오너 일가의 에버랜드 지분과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더하면 60%에 육박해 경영권 행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은 비자금 특검 당시인 2008년 4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약 20조원이 필요하고 그룹 전체 경영권이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주식을 4∼5년 안에 매각하는 등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한편 삼성카드는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위해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해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증권가에서는 블록세일(대량일괄매매)을 통한 제3자 매각과 삼성그룹 내 비금융 계열사에 매각, 에버랜드가 자사주 형태로 사들이는 방식 등 세 가지 방법이 제기된다. 그러나 비금융 계열사로의 매각과 자사주 매입 등은 경영쇄신과는 맞지 않아 외국계 연기금이나 펀드 등 제3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