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어선 탈북자 한국 인도”… 임시 상륙허가증 발급

입력 2011-09-14 21:26

일본 정부가 목조 어선을 탄 채 13일 이시카와(石川) 앞바다에서 발견된 9명을 탈북자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행을 원하는 것으로 전해져 약 2주 후면 한국으로 인도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14일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서류 등을 보고 탈북자로 판단, 임시 상륙 허가증을 발급한 뒤 나가사키(長崎)현 오무라(大村)시에 있는 입국관리국 관련 시설로 보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탈북자들이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가 ‘북조선 인권침해 대처법’에 근거해 한국 정부와 협의를 거쳐 인도하는 방향으로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한국행은 2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07년 6월 아오모리(靑森)현 앞바다에 표류했던 탈북자 4명이 2주 후 한국에 인도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후지무라 오사무(藤村修) 관방장관도 13일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예를 참고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이들을 나가사키에 보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나가사키는 부산과 가깝고 오무라시에는 나가사키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한국으로 보낼 경우 가능한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하고 빠르게 처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가나자와(金澤)항 부근에 정박한 순시선에서 하루를 보낸 탈북자들은 건강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오전 5∼6시쯤 일어나 해상보안본부가 준비한 주먹밥과 김치를 먹었다.

이들의 정확한 인적사항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날 자신을 책임자라고 밝힌 남성이 인민군 부대 소속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어부였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아사히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탈북자들이 이용한 어선이 180ℓ에 달하는 경유를 준비했고 배가 엔진으로 움직였으며 쌀, 김치 등을 준비한 것으로 미뤄 가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면서 “당사자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