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이미 기존 정당 버려” VS “종교간 갈등 불러올 수도”… ‘기독교 정당, 필요한가’ 토론회
입력 2011-09-14 20:44
한국교회언론회가 14일 개최한 ‘기독교 정당, 과연 필요한가?’란 주제의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과 정교분리의 의미, 국민의 비호감과 교계 공감 등을 들어 찬반 의견을 주고받았다. 150여명의 청중들도 발제자들의 찬반 공방에 참여하는 등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시종 진지했다. 청중들은 ‘옳소’ ‘그건 아니지’라며 발제자의 발언을 거들거나 항의했다. 발제자들은 사회자 이억주(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목사의 발언시간 분배에 이의를 제기하며 공정한 진행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독교 정당 창당 찬성 측인 전광훈(청교도영성훈련원장) 목사와 김충립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기독교 정당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며 지난 45만표의 득표가 기독교계의 공감을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군소정당으로서의 기독교 정당이 과연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겠느냐”며 “기독교 이념상 사회의 변화는 정당이 아닌 사랑과 공의의 실천”이라고 반박했다. 사회자인 이 목사의 발언을 비롯해 발제자들의 발표를 요약·정리했다.
-왜 기독교 정당이 필요한가.
△전 목사=국가 외적으로는 올림픽, 월드컵 등 여러 좋은 현상이 많지만 그늘진 부분도 있다. 하루에 42명 자살로 세계에서 자살률 1위다. 그중에서 절반이 노인이고 나머지는 청년이다. 이혼율은 세계 2위이고 청소년 흡연율 또한 세계 2위다. 여고생 흡연율은 1위다. 재앙이다. 대한민국 근본이 흔들리고 있다. 기독교 정당이 왜 필요한가 하는데 이미 이 사회가 ‘안철수 교수 신드롬’으로 답했다고 생각한다. 국민과 한국 성도들이 기존 정당과 정치를 버렸다고 본다. 이런 현상과 사회붕괴 현상 두 가지만 보더라도 기독교 정당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 명예교수=기독교적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결사를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반대하는 것은 때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개독교’로 비난받는 지금 기독교 이름을 내서 정치하겠다면 국민들이 수긍하겠는가. 한국 기독교가 인권, 환경, 세계 빈부격차 문제, 핵, 노동, 실업, 인종차별, 남녀평등, 동성애, 낙태, 민주주의 등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제대로 안 갖고 정당을 만들겠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리고 기독교 정당에 앞장서는 목회자를 보면 제대로 민주적 훈련이나 공의나 사랑을 실천한 분들인지에 대한 검증이 없다. 또한 다종교사회에서 굳이 기독교 이름을 내세울 때 종교적 갈등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송 논설위원=한국은 근대에 번성한 기독교와 전통적인 불교 등이 공존하는 종교다원주의적인 상황이다. 외국에서 보기 드문 평화로운 종교 간 공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상태가 기독교의 정치화를 통해 깨지는 것은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떠나 좋지 않다. 또한 기독교 정당 일반과 전 목사의 기독교 정당 창당을 나눠 봐야 한다. 지금 전 목사의 새로운 기독교 당과 나머지 2개 기독교 정당이 교계로부터 물적·정신적 지원을 받고 있는가. 그렇지 않고 말단에서 추진하는 정당이라면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정당이라 보기 어렵다.
△김 사무총장=기독교는 원래 진취적으로 세상에 참여하라는 종교다. ‘이웃을 사랑해라’ ‘빛과 소금이 돼라’ 등 세상속 종교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를 내는 게 뭐가 문제인가. 역사적으로 인류 역사 4000년을 보면 기독교가 많은 역할을 했다. 모든 행위가 정치행위인데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를 떠나자고 하면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국회의원 가운데 120명이 기독교인인데 당을 대변하지 기독교 이야기는 안 한다. 국회의원 내서 우리 이야기를 해야 한다.
-기독교 정당이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아닌가.
△이 명예교수=최근까지 기독교는 정교분리라는 이념 속에 자신을 숨긴 채 사회참여와 관련해 용기 없이 행동했다. 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을 축복할 때는 서로 나가서 하면서도 독재자를 비판할 때는 정교분리를 앞세우는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정교분리는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걸 금하기보다는 세속정치가 종교를 핍박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분명히 할 것은 모든 사회 현상이 정치가 아닌 게 없기에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제약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교회가 기독교의 이름으로 참여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기독교는 정당 말고도 사랑과 정의 실현이라고 하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사랑과 공의의 질서로 1200만 성도가 참여한다면 정당을 통해 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정치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송 논설위원=독일이나 일본 헌법을 봐도 정교분리라는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헌법엔 그게 명시돼 있다. 이것은 종교가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행동의 주체로 활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수쿠크 입법을 반대했을 때를 생각해 보라. 소수 정당이 될 게 뻔한 기독교 정당 이름으로 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기독교적 인맥과 목소리로 하는 게 나은지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 나는 후자가 훨씬 반발도 적고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한다.
△전 목사=현재 여당 대표, 야당 대표, 대통령도 모두 장로다. 그럼에도 반기독교적인 악법들이 통과됐고 또한 통과될 예정이다. 고 김준곤 목사가 이런 말을 유언처럼 했다. ‘기독당의 이름으로 들어가는 사람만 기독정치인이 된다. 다른 당으로 들어가면 당의 이념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절대 기독 정치인이 될 수 없다.’ 그래서 기독당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독교 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비호감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명예교수=기독교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기독교 정당에 대한 신뢰성과 대표성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독교 정당보다는 노동이나 핵문제, 빈부격차 문제 등에 대한 기독교인의 활동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정치판에 뛰어든다는 것은 국민이나 기독교인들이 전혀 동의할 수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김 사무총장=기독교인이 감소했는데 이것은 공신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치적 의무도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토론회와 세미나 등을 통해 기독교 정당에 대한 우려는 반드시 호감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 목사=지난 총선에서 기독당은 지역구 출마 없이 45만표를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국민들이니 기독교의 공감대를 얻은 것이다. 기독당은 이미 공당이 되었는데 ‘공감대가 안 됐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송 논설위원=내가 다니는 교회는 분당우리교회인데 최근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도대체 기독교 정당을 추진하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다’고 하셨다. 굉장히 보수교회 목사인데도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따라서 기독교 정당은 보수진영에서조차 제대로 공감을 얻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전 목사가 추구하는 기독교 정당이 과연 기독교 내에 신망을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우려가 된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