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율 15.1% 가난해진 미국인… 17년만에 최고치

입력 2011-09-14 17:59


미국 국민들이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경기회복 둔화 등으로 미국의 지난해 빈곤율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해에만 빈곤층이 260만명 늘어났다.

미국 인구통계국이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빈곤율은 15.1%로 전년(14.3%) 대비 0.8% 올랐다. 이는 1993년의 15.1%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빈곤율은 전체 가구 중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벌어들인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최저생계비 기준은 세전 현금소득이 4인 가구 2만2314달러, 2인 가구 1만4218달러, 1인 가구 1만1139달러다. 여기에 정부가 지급하는 식품보조권(푸드스탬프)과 기존 보유 재산은 포함되지 않는다.

미국 빈곤율은 조사가 시작된 1959년에 22.4%였다. 1983년에 15.2%를 찍고 해마다 줄어들어 13%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1993년에 15.1%를 기록했다. 이후 2000년에 11.3%까지 줄어들다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빈곤율이 증가했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진행된 것이다.

빈곤층에 속한 인구는 지난해 4620만명이나 된다. 전년도(4360만명)보다 260만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 폴 오스터만 교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실업률(9.1%)을 감안한다면 빈곤율 상승은 그다지 놀랄 일이 못 된다”면서 “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수치”라고 말했다.

빈곤층 확대로 중산층이 점점 축소돼 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득 중간계층 가구의 한 해 소득이 4만9445달러로 전년의 4만9777달러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0년 동안 중간층의 소득 수준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동안 진행된 인플레이션으로 중산층은 1980년에 비해 겨우 11% 정도의 소득 증가만 있었다. 또 전체 가구 중 60%가 지난해에 비해 소득이 감소됐다.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50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상위 5% 부자들은 소득이 42%나 치솟았다.

18세 이하 어린아이들의 빈곤율은 더 열악하다. 지난해 이들의 빈곤율은 22%나 된다. 이는 미국 아이들 5명당 1명꼴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어른들의 빈곤율(18∼64세)은 13.7%다.

이에 따라 점차 성인이 된 젊은이(25∼34세)들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이들 연령층 590만명이 부모와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침체 이전에는 470만명 수준이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