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發 금융위기] 정상간 전화회담·신흥국 유로존 국채매입 호소… “최악 위기 막자” 동분서주
입력 2011-09-15 00:48
세계 각국이 그리스의 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항간에 떠도는 그리스 포기설을 잠재우기 위해 나섰고, 신흥국들의 유로존 국채 매입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그리스 정상도 14일(현지시간) 전화회담에서 “위기 타결을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뜻을 같이했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에 대한 우려를 진화할 수 있는 대안은 ‘자금 수혈’이다. 그리스의 현금 보유량은 한 달 내 고갈될 위기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급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향후 협상을 통해 80억 유로를 지원받더라도 연말까지만 버틸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유럽 국채 매입을 호소했다. 그는 “신흥국들은 국제공조 차원에서 재정위기에 처한 나라들의 국채 매입도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실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진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지원을 검토 중이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다음주 워싱턴DC에서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들과 만나 EU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유로권 은행 2곳에 5억7500만 달러를 대출키로 하는 등 유럽 은행권으로 번지는 유동성 위기를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중국의 이탈리아 국채 매입 등 유로국 지원 가능성은 원자바오 총리가 14일 다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국의 시장경제 지위 인정과 자구노력이란 전제조건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
이에 유로존 위기는 코앞에 다가왔다. 네덜란드의 얀 키스 드 야거 재무장관은 “유로존에서 발생 가능한 디폴트에 대해 많은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EU 순환의장직을 맡고 있는 폴란드의 자첵 로스토프스키 재무장관도 “유럽이 위험하다”며 “유로존이 깨진다면 EU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탈리아 하원은 14일 542억6500만 유로의 재정긴축안을 승인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 등이 보도했다. 이제 관건은 각종 스캔들로 얼룩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과연 이를 실행할 수 있느냐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