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發 금융위기] “그리스 파산은 시간문제”… 유로존 방어벽 뚫리나
입력 2011-09-14 21:35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충격에 휩싸였다. 그리스 국채를 대량 보유한 프랑스 등 유로존 은행들의 악영향도 가시화되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사실상 유로존 금융위기로 전이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그리스의 경우 유로존의 일원이어서 러시아와 아르헨티나 등 과거 디폴트 국가들과 다르다. 이러한 맥락에서 향후 전망과 해결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높아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리스, 사실상 디폴트=14일 그리스와 독일, 프랑스 등 3개국 정상이 사태 진화를 위해 긴급 전화회의를 가졌지만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그리스의 디폴트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이 구제금융을 끊을 수 있다는 설이 제기되면서부터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 6월 이들 기관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약속받고 긴축재정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실사단은 그리스가 재정감축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정상태 평가 작업을 중단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지원국들이 그리스 구제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디폴트 가능성을 크게 한다”고 평가했다.
디폴트가 차선책이라는 주장도 있다. 2002년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당시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마리오 블레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부채는 갚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구제금융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그리스는 아주 큰 디폴트를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리스가 디폴트 되면 오히려 경제적 불투명성이 걷혀 국제 금융시장 불안감이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로존 해체로 이어질까=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게 되면 그리스의 국채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유럽 주요 은행들이 타격을 받게 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날 프랑스 대형은행인 소시에테 제네랄과 크레디 아그리콜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씩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EU는 그간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러 차례 피력했었다. 이달 초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은 해결이라기보다 더 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부를 도려내 더 큰 혼란을 막는 차원에서라도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유진투자선물 이주언 연구원은 “그리스가 경제 난국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자국 통화의 20∼30%의 평가절하가 필요하기 때문에 유로존 탈퇴가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곧바로 유로존 해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연구원은 “그리스 외의 국가들이 유로존을 함께 뛰쳐나가 유로존을 붕괴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라며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투자증권 박중제 연구원은 “유로존의 재정적 통합을 위해서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규모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국가부도 처리 장치를 도입하는 등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직면한 문제를 하나씩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