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發 금융위기] 금융시장, 충격 내성 강화 2008년보다 파장 적을듯

입력 2011-09-14 21:35

그리스의 디폴트가 현실화되면 세계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도 출렁일 수밖에 없다. 최악의 가능성은 금융시장 불안이 수출 둔화, 경상수지 악화, 경기침체 등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14일 국제금융센터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발행하는 외화채권에 대한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홍콩 장외시장에서 155bp(1bp=0.01%)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25일(173bp) 이후 최고치다.

정부는 CDS 프리미엄 급등처럼 금융시장이 단기적으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신용 경색에 빠진 유럽 은행 등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국내 주식과 채권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외국계 자금 이탈에 따른 환율 급등과 외화유동성 부족도 우려할 만한 시나리오다.

그러나 정부는 3100억 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과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비 등으로 외환시장의 불안은 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프랑스 은행 2곳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3억1000만 달러로 전체의 0.5%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도 비슷하게 판단한다. 한국투자증권 전민규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 부도가 발생한다 해도 외환시장이 받을 충격은 2008년 말보다 훨씬 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2008년과 같은 건전성 문제나 자금 이탈, 원화가치 급락의 악순환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장기화되면 이미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 실물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유럽의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침체로 인한 수출 둔화에다 주가 하락 등에 따른 부(負)의 자산효과로 내수 부진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