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박원순 선전 계속되자 천정배 외 출마 머뭇

입력 2011-09-14 15:59

오는 25일 치러지는 민주당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원순 변호사가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을 등에 업고 각종 여론조사 1위를 휩쓸며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로 부상하자 천정배 최고위원을 제외하고는 선뜻 경선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박 변호사가 버티는 상황을 비유해 “판은 밖에다 깔아놓고 안에서 불쏘시개를 하라니 누가 나서겠느냐”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민주당 당내 경선 후보등록은 15일까지다.

손학규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중적인 지지와 명망이 높은 우리 당의 잠재적 후보군이 적극 경선에 참여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출마를 저울질하던 원혜영 의원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박 변호사가 크게 흐름을 타고 있다”며 “야권후보 단일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굳이 내가 나갈 필요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남은 관심은 박영선 정책위의장과 추미애 의원이 경선에 참여할지 여부다. 신계륜 전 의원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대중적 지지도가 높기 때문에 당내 경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고, 경선을 통과한다면 박 변호사와의 한판 승부가 볼 만할 것이라는 기대도 많다. 손 대표 등 지도부도 이를 고려해 출마를 적극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정책위의장은 이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정책위의장이 경선에 참여할 경우 비주류를 대표하는 천 최고위원과 양자구도를 형성하면서 주류와 비주류가 격돌하는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은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는데 여론조사는 박 정책위의장이, 당원투표에서는 천 최고위원이 각각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 의원은 의원회관에 머물며 막판 고심을 이어갔다. 추 의원 측 관계자는 “꽃가마가 아니라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될 상황이라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며 “그래도 뛰어들어 경선을 흥행시킬 수 있을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