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력 측근부터 엄격한 잣대 들이대야

입력 2011-09-14 17:39

청와대가 공직기강확립에 나섰다. 공직사회 대형 비리가 터질 경우 이명박 대통령 임기말 권력 누수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특히 이 대통령이 강조한 ‘교육·토착·권력’ 분야의 3대 비리에 대해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강도 높은 사정 및 감찰활동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이 같은 조치는 백번 옳고 또 환영할 만하다. 역대 모든 정권이 대통령 임기 후반에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내렸지만 떠오르는 미래권력에 줄 대고 복지부동하는 공직자들을 휘어잡는 데 실패했다. 최근 각 부처에서 법인카드 부정사용, 산하기관으로부터의 부적절한 접대, 근무 시간 중 주식거래 등이 적발됐다. 공직사회의 기강해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공직기강확립이 자칫 구두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역대 정권을 경험한 노회한 공직자들은 청와대의 정권 말 공직기강 확립 지침을 임기 말에 나오는 ‘레코드판 구호’로 여기고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공직기강 강화조치가 성공을 거두려면 이 대통령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칼날을 벼리고 스스로를 다잡아야 한다.

출범 시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표방하며 정부 위원회를 대폭 줄이겠다던 이 정부는 약속과 달리 2011년 6월 현재 499개 위원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관예우 관행의 뿌리를 뽑겠다던 약속과 달리 집권후반기 줄줄이 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단행해 왔다. 올 들어 임명된 공공기관장 31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64.6%, 상임감사 23명 중 82.6%가 낙하산 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모순된 모습에 “너나 잘해라!”는 반발이 나올 법하다.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남에게는 모질게 대하는 방식으로 임기 말 레임덕을 막을 수 없다. 공직자들을 재는 잣대보다 이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더 엄격해야 영이 선다. 등산에 하산길이 힘들듯 정권도 임기 말을 조심해야 한다. 다반향초(茶半香初)라고 했다. 차는 반으로 줄어도 향기는 처음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