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北 원칙과 유연성의 새 모델 만들길

입력 2011-09-14 17:35

류우익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원칙을 지키되 유연성을 발휘해 남북관계의 진전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칙’은 천안함 피폭 및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한 북한 김정일 정권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의미한다. 그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것은 북한의 핵실험과 무력도발에 책임이 있는 만큼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북 간에 신뢰가 구축되고, 이를 바탕으로 남북이 정상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북한의 사과를 비롯한 책임 있는 행동이 선행돼야 한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한다.

북측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대목에서 그는 ‘유연성’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비정치적 분야에서부터 대화의 물꼬를 터 긴장국면을 점차 해소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이산가족 상봉과 대북 홍수피해 지원을 꼽았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홍수피해 지원을 위한 대화를 북측에 제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달 초 불교 관계자들이 방북한 데 이어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지난 12일부터 평양을 방문하고 있어 유연성은 이미 적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원칙 고수는 기존 대북정책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인도적 지원 등에서 부드럽게 접근하겠다는 류 후보자 발언은 대북정책 기조가 다소 수정됐음을 시사한다. 종전 입장은 북측이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계속 압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익과도 배치된다. 더욱이 내년엔 한반도 정세가 요동칠 소지가 크다.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해인데다,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 러시아가 최고 지도자를 새로 뽑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북정책을 가다듬을 시기다. 따라서 류 후보자가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경계해야 할 대목은 남북 정상회담과 같은 한건주의에 집착해 원칙을 저버리는 경우다. 이런 일이 있어선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