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의원 1인당 연간 평균 밥값 2800만원

입력 2011-09-14 21:57

의원들은 매달 국회사무처에서 546만원의 봉급 외에 13만원의 정책급식비와 91만2680원의 가계 지원비를 받는다. 게다가 의정활동을 위해 부득이하게 밥값을 내야 하는 경우 별도로 신청하면 연간 51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밥값으로 쓸 수 있는 돈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 정치인이 후원금을 조달해 밥값으로 쓴다. 지난해 의원들의 정치자금(후원금+자기재산+당 지원금) 지출액 중 행사비용 외에 순수한 식대로 분류된 금액은 31억6687만원이었다. 의원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모두 합치면 의원 1명이 연간 평균 2800만원을 밥값으로 쓴 셈이다. 각종 간담회 명목으로 신고한 금액을 제외한 수치다.

지난해 정치자금으로 밥값을 가장 많이 쓴 의원은 한나라당 정갑윤(울산 중구) 의원이다. 5520만5909원이었다. 여기에 국회사무처에서 세금으로 지원하는 급식비와 매식비를 합치면 매일 20만원씩을 밥값에 쓴 셈이다. 1주일이면 140만원이다.

민주당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은 지난해 1년간 식비를 1373차례나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하루 평균 3∼4끼씩 정치자금으로 계산했다. 물론 보좌진이나 지역사무소 직원들이 먹은 식비도 포함된 것이다.

광주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민주당 강운태(광주 남)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6일 아침식사를 서울과 광주에서 각각 1번씩 2차례 먹었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서울 서초동에서 오전 6시40분에 8000원짜리 식사를 한 뒤 비행기를 타고 광주에 내려가 지역구의 로얄이라는 식당에서 100만원을 또 밥값으로 지불했다. 강 시장 측은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100만원 단위로 결제했다면 (지역구에서) 대놓고 먹는 식당이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과류나 생수 구입에 지출된 금액, 음료수 지출 등도 모두 식비에 포함됐다. 껌값도 있었다.

국회 윤리특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송광호(충북 제천·단양) 의원은 지난해 껌값으로 20차례 16만6500원을 썼다. 송 의원 측은 “치아가 안 좋아 식사 뒤 양치를 못하기 때문에 껌을 자주 씹는다”며 “보좌관 등 직원들도 이용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윤성(인천 남동갑) 의원은 지난해 다과류 구입 횟수만 361건에 달했다. 매일 1번꼴로 다과류를 구입한 셈이다. 이 의원 측은 “의원이나 직원들이 먹기 위해 구입한 게 아니라 당시 국회부의장으로 재직하다 보니 손님 방문이 잦아 다과류 구입도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