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해외채권 투자 헛손질… 해외채권 투자 수익률 14.12%서 2.64%로 곤두박질
입력 2011-09-14 21:39
국민연금관리공단(이하 공단)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34억 달러(약 3조8000억원) 상당의 미국채를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공단의 채권운용 수익이 크게 감소했고, 기금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단이 14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유재중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채권 보유 현황’에 따르면 2008년 미국채 보유액은 57억5600만 달러로 전체 보유 외국채의 91.9%에 달했다. 그러나 2009년 49억6000만 달러, 2010년 34억2400만 달러까지 보유 미국채는 줄었고, 올 6월 현재 23억73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미국채가 차지하는 비율도 45.3%까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미국 이외 국가채 보유액은 크게 늘었다. 독일채는 2008년 9500만 달러에서 올 6월 현재 4억6600만 달러로 불어났다. 2008년 5900만 달러였던 일본채도 6억3000만 달러까지 급증했고, 공단은 올해 헝가리 크로아티아 뉴질랜드 러시아 국채도 새롭게 매입했다. 공단 측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미국채 위험성이 높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비중을 줄인 것”이라며 “향후 미국채 비중을 더욱 줄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채 투자수익률이다. 공단의 해외채권 수익률은 2008년 14.12%였지만 올해는 6월까지 2.64%에 그쳐 6분의 1로 감소했다. 채권 투자수익률의 판단 기준인 ‘벤치마크’(기준수익률)로 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08년 해외채권 수익률은 당시 벤치마크 11.29%보다 2.83% 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2010년 수익률은 벤치마크보다 0.99% 높은 데 그쳤고, 올 6월까지는 벤치마크(2.83%)보다 오히려 0.19% 포인트 낮아졌다.
국내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세계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도 지난달 ‘그동안 미국채를 매도한 것은 실수’라며 다시 미국채 매입에 나섰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채권 수익률 저하는 국민연금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며 “공단의 해외채권 운용 체계를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