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여론조사로 본 선거 핵심변수] 화이트칼라 62% “제3당 필요”… 무당파가 판세 가른다

입력 2011-09-14 15:57


안풍(安風·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바람)에서 확인된 건 기성 정당과 국민 사이의 거리가 멀고, 그 사이에 거대한 빈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곳에 있는 거대한 무당파(無黨派)가 향후 선거의 핵심 변수라는 것이다.

국민일보와 GH코리아가 13일 실시한 ‘추석 민심 여론조사’에서는 광범위한 무당파의 존재가 확인됐다. ‘기존 정당 외에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는 응답이 46.8%로 ‘필요하지 않다’(42.9%)보다 많았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지지정당 없음’이 무응답을 포함해 42.5%나 나왔다. 한나라당(32.6%)이나 민주당(21.3%) 지지도보다 월등히 높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층의 무당파 경향이 두드러진다. 20대(만 19∼29세) 65.2%, 30대 58.9%, 40대 41.6%, 50대 40.8%, 60대 이상 26.1% 등 젊을수록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답변 역시 20대 48.0%, 30대 52.2%로 20∼30대에서 평균치를 상회했다. 특히 40대, 50대, 60대 이상에서도 ‘지지정당 없음’은 30%가 넘어 지지정당 부재가 비단 젊은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지역적으로는 서울에서 제3의 정당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53.2%로 가장 높았고, 대학 재학 이상 학력(61.4%)과 화이트칼라 직업군(61.7%)에서는 60%를 넘어섰다. 대도시에 사는 20∼30대 고학력 화이트칼라 계층이 대거 무당파군(群)을 형성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무당파가 최근 ‘안철수·박원순 바람’의 기폭제라는 점도 드러났다. 차기 대선후보와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안 원장은 20∼30대, 대학 재학 이상, 화이트칼라에서 50%가 넘는 지지를, 박 변호사는 30대, 화이트칼라 직업군에서 60%대 지지를 받으며 기염을 토했다.

무당파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기득권에 집착한 채 자기혁신에 게을렀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의 약화로 진보적 이슈가 정치적으로 수용될 통로가 사라졌고 새로운 대안세력으로 나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친노세력의 지지부진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정치평론가 박상훈씨는 “등록금 취업 물가 주택 육아 등으로 고통 받는 당사자이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각성된 20∼40대의 정치적 요구를 받아주는 정당이 없다”면서 “한나라당을 이탈한 부산·경남 지역 민심도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무당파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여론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지지정당 없음’ 비율은 43.5%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한나라당 지지도(44.1%)와 비슷하고, 지지정당이 없다는 답변의 전국 평균(42.5%)보다도 높은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