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風’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 안철수 부각이후 지지율 뚝
입력 2011-09-14 18:13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최근 지지율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호랑이 나오기 전에 여우가 잠깐 왕 노릇 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는 말들이 나온다. 호랑이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여우는 문 이사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실제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안철수 바람’ 이후 문 이사장의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때문에 “안철수의 최대 피해자는 문재인”이라는 얘기가 돌 정도다. 국민일보가 13일 실시한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45.1%), 안 원장(31.5%), 문 이사장(11.6%) 간 3자 가상대결에서도 문 이사장의 추락이 두드러졌다.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 양자 대결은 49.8%대 40.1%로 지지율이 한 자릿수 격차였지만, 박 전 대표(60.5%)와 문 이사장(24.3%) 간 맞대결은 배 이상 격차를 드러냈다.
특히 문 이사장은 같은 여론조사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측정에서 5.0% 지지율밖에 나오지 않아 손학규 민주당 대표(5.9%)에도 못 미쳤다. 안 원장이 정치권에서 본격 거론되기 전인 지난달만 해도 문 이사장이 손 대표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는 것은 물론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은 유권자들에게 차기 대선 후보로서 각인을 시키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안 원장에게 못 미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14일 “안 원장은 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자기 목소리를 분명하게 냈지만, 문 이사장은 점잖게만 있어 그의 지지자들이 대거 안 원장 쪽으로 건너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보가 달라져야 한다는 공개적인 압박도 제기됐다. 문 이사장의 주된 활동지인 부산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문 이사장 행보가 좀 어정쩡하다는 유권자들의 우려가 많다”며 “민주당에 들어오든지, 총선에 출마한다든지, 아니면 창당을 하든지 좀 확실한 행보를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