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겉과 속] 간담회비 2700원, 토론비 6600원?
입력 2011-09-14 21:53
국회의원들의 정치자금 지출 항목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간담회(懇談會)’다. 국어사전은 ‘정답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개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으며 특정 주제에 대해 대화한 비용이 이에 해당된다. 선관위는 간담회 비용을 정당한 의정활동 비용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눈에 띈다. 불과 수천 원의 비용을 간담회 비용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개 의원실 소속 직원이 혼자 밥 먹거나 차 마신 걸 간담회라고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김옥이(비례대표) 의원은 지난해 3월 18일 ‘성폭행범 양형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2번 개최했고 10월 25일에도 ‘공군 조종사 민간 이탈 관련 대책 간담회’를 열었다고 신고했다. 국회 내 식당에서 열렸다는 3번의 간담회에서 각각 지출한 비용은 7000원씩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5월 19일에는 ‘천안함 대책특위 준비를 위한 직원 회의비’로 5500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지출한 장소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중국 음식점이었다. 김 의원 측은 “간담회나 회의 시 의원을 수행한 직원의 식대를 식비라고 쓰지 않고 간담회나 회의비로 기록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같은 당 윤상현(인천 남을) 의원은 지난해 2월 19일 ‘정책간담회’라는 항목으로 2700원을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사용처는 국회 후생관 내에 있는 커피전문점인 아셈프레쏘(Assempresso)였다. 커피 한 잔 비용을 ‘정책간담회’로 표시한 것이다.
민주당 김춘진(전북 고창 부안) 의원도 ‘간담회’ 항목을 애매하게 사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2월 1일 ‘간담회’ 항목으로 6000원을 지출했고, 2월 8일에는 같은 항목으로 5500원을 썼다. 3월 5일엔 3차례의 ‘간담회’를 통해 각각 4600원과 1만5000원(2번)씩 사용했다. 같은 당 김성곤(전남 여수갑) 의원도 국회 의원식당에서 5500원 지출한 것을 ‘간담회’라고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비례대표) 의원은 지난해 1월 21일 ‘토론비’로 6600원을 지출했다. 6600원을 사용한 장소는 탐앤탐스 국회의사당점. 커피 한 잔 마시며 얘기한 것을 ‘토론’으로 신고한 셈이다.
일반적인 간담회나 토론회라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금액들이다. 유권자들로선 실제 간담회가 진행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직원들이 밥 먹고 차 마신 것을 간담회로 신고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의 항목이 보다 더 엄격하게 세분화돼야 하는 이유다.
탐사기획팀 indepth@kmib.co.kr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