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조훈현 연승행진 8에서 그치다

입력 2011-09-14 17:25


대회 통산 성적 2대2의 상황에서 맞은 제5기 지지옥션배가 시작과 동시에 여류팀의 막내 최정 초단의 활약으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지옥션배의 최고 연승기록은 1기 조훈현 9단, 3기 안관욱 8단의 6연승이다. 하지만 이번 5기에는 시작과 동시에 여류팀의 첫번째 주자 최정 초단이 파죽의 8연승을 거두며 일찌감치 연승기록을 갈아치우고 시니어팀을 벼랑 끝에 내몰았다.

여류팀의 기세를 저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랭킹시드 서봉수 9단이 나왔지만 별무신통. 하지만 연승의 경험이 있는 ‘대전 신사’ 안관욱 8단이 관록을 보이며 최정 초단의 9연승을 저지했다. 이제부터 시니어팀의 반격 기회. 수적으로 유리한 여류팀은 다시 갓 입단한 김나현 초단을 내세워 안관욱 8단을 제압하고 김수장 9단마저 꺾었다.

이번 지지옥션배의 승부는 너무 싱겁게 끝날 것만 같았다. 현재 스코어는 11대2. 배수의 진을 친 시니어팀은 ‘바둑황제’ 조훈현 9단을 출격시켰다. 첫 판에서 신예 기사를 상대로 조훈현 9단은 휘청휘청했다. 마지막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경기. 결과는 조훈현 9단의 반 집 승리로 위기를 모면했다.

다음 이다혜, 오정아, 박지연 등 매 판이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였다. 하지만 백전노장의 조훈현 9단도 서서히 감을 잡기 시작해 전성기 때의 바둑을 보여주며 여류팀을 제압해 나갔다. 문도원, 김미리, 이슬아, 조혜연까지 물리치며 깔끔하게 8연승을 차지했다.

이제 여론은 여류팀이 3대2로 앞서고 있지만 승부는 시니어팀으로 기울었다는 평가였다. 만 45세로 올해 처음 시니어팀에 합류한 ‘시니어 막내’ 유창혁 9단이 조훈현 9단의 뒤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어 쉽지 않은 승부다. 조훈현 9단의 최고기록 도전의 상대로는 권효진 5단이 나왔다. 1982년생으로 95년 프로가 되었다. 국내 유일의 부녀기사로 ‘바둑계 최고의 조련사’인 권갑용 6단의 장녀이다.

지난 2005년 중국 프로기사 위에량 5단과 결혼해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는 ‘아줌마 기사’이다. 최근 아버지의 도장에서 남편과 함께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지만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번 승리를 기대하진 못했다. 초반 흐름 역시 조훈현 9단의 압도적 우위로 곧 끝날 듯한 바둑이었다.

하지만 ‘흔들기의 달인’ 조훈현 9단을 상대로 약간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 기회를 만들어내며 조훈현 9단의 힘과 수읽기를 압도하며 승리를 이끌어 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남편과 속기바둑을 연습한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권효진 5단이 여류팀의 큰일을 해줬다.

이제 승부는 1대3, 유창혁 9단만이 남았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 오랜만에 그의 화려한 공격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되는 승부이다. 이번 지지옥션배 행보를 주목해 보자.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