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J 미노르 즈시와 야스쿠니 신사를 가다

입력 2011-09-14 16:44


[미션라이프] 일본 도쿄 이치가야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도심 한복판에 아름드리나무로 둘러싸인 사찰이 눈에 들어왔다.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참배한 이후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한·중 정부가 거세게 항의하던 곳이다.



청동으로 제작된 25m 높이의 제2신사문(다이니 토리이)을 지나니 거대한 나무문이 앞을 막았다. 신사로 들어가기 위한 대문이었다. “신문(神門)입니다. 1000년 이상 수령을 지닌 히노끼나무로 만들었다고 해요. 식민지였던 대만에서 가져와 1934년에 만든 문입니다. 문짝에는 직경 1.5m의 국화문장이 걸려 있어요.”



안내를 맡은 미노르 즈시(61) 일본기독교협의회 야스쿠니신사문제위원장은 1970년 한국교회의 신사참배 거부 역사를 접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3년 전부터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미노르 위원장은 “일본정부는 이곳이 종교시설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실상은 ‘대동아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일본이 자행한 일을 찬미하고 있다”면서 “그 정신을 후대에 알리고자 야스쿠니 신사를 이데올로기 교육 장소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을 지나니 방문객이 참배할 수 있는 배전(하이덴)이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사진촬영이 금지된다. 배전 뒤편에는 일본 총리나 도지사 등 지도자만 들어가 참배할 수 있는 본전(혼덴)이 나온다. 이곳엔 2차 세계대전 전몰자의 명부가 안치돼 있다.

사실 야스쿠니 신사는 한국 사찰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60대 중년 신사가 배전에서 묵념을 한 뒤 지폐를 헌금함에 넣었다. 경비원은 기자가 사진촬영을 하지 않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의 진면목은 사당 바로 옆에 위치한 유슈칸이라는, 한국의 전쟁기념관 같은 곳에 있다. 이는 1882년 개관한 곳으로 10만여 점의 전쟁 유물을 소장하고 있는데 입구에 들어서자 가미가제 특공대가 사용했던 전투기가 한눈에 들어왔다. 수만명 여성의 머리카락을 꼬아 만든 대형 밧줄, 출격을 앞두고 충성을 다짐하며 혈서로 만든 일장기, 미군 군함을 폭파시키기 위한 개인 자폭장치 등도 있었다.



불편한 사실은 한반도가 청일전쟁의 전쟁터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지도였다. 황당한 것은 1945년 전후 인도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을 오렌지색으로 독립 국가를 명시하고 있지만 유독 한국과 대만은 어떤 표시도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 해방사상만 강조하고 있지 식민지 정책으로 이웃나라에 아픔을 준 것은 반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일본 영토였기 때문에 독립과 해당사항이 없다는 얘기입니다.”

전시관 벽면에 붙은 수백명의 전몰자 얼굴사진과 가이드북 문구가 겹쳤다. ‘이곳에 조국의 안정과 사랑하는 고향과 가족을 위해 귀중한 목숨을 바친 영령의 진심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 영령들의 진실된 마음과 업적을 직접 보고 느낌으로써 무언가 소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도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