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목회 현장-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53년간 한결같이 ‘전인구원’ 나눔 사역

입력 2011-09-14 17:23


세계 최대 교회, 80만 성도, 1년 예산 1600억원, 세계적인 영적 지도자 조용기 원로목사, 후임자 이영훈 목사….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수식하는 말이다. 하지만 빗물 자국이 선명한 38년 된 본당 리모델링 공사가 항상 뒷전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성도들의 손때 묻은 헌금을 전인구원을 위한 선교나 복지사업 외엔 함부로 써선 안 된다’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단호한 목회철학 때문이다. 이 전인구원의 사역은 이영훈 목사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교회가 매년 수천명의 자원봉사자와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으며 펼치고 있는 나눔과 섬김, 구제 사역을 살펴본다.

◇개인·사회를 덮는 전인구원=1958년 서울 불광동 빈민촌 교회로 시작해 병들고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게 일상이었던 교회의 나눔 사역이 사랑실천운동으로 전환된 것은 82년 ‘나누어갖기운동본부’가 설립되면서부터다. 전국 고아원과 양로원, 도시 빈민촌, 농어촌교회와 소록도에 생필품 32만점을 지원했던 이 운동은 87년까지 전개됐다. 92년부터는 헌옷, 93년부터는 폐지 수집에 나서 소외 계층에 사랑을 전했다.

교인들은 18년이 지난 지금도 주일마다 교회 앞마당에 폐지를 산더미처럼 모으고 있으며, ‘사랑의 빵’이라는 소형 저금통에 동전을 모아 불우 이웃을 돕고 있다. 이처럼 교회의 나눔 사역은 철저히 서민적이었다. 조 목사의 말 속엔 지난 53년간 교회가 펼쳐 온 전인구원의 나눔 철학이 잘 담겨져 있다.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필요한 것은 우선 따뜻한 밥 한 공기, 약 한 봉지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그들에겐 복음이었습니다.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는 복음이라면 그것은 하나의 액세서리에 불과할 뿐입니다.”(조용기 목사의 ‘목회자와 설교철학’)

◇심장병 수술 등 다양한 사업=교회의 대표적인 사랑실천 사업은 84년 4월 시작된 ‘심장병 어린이 무료시술 지원’이다. 초창기에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90년대 말부터 우즈베키스탄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등 외국 어린이까지 확대됐다. 수술기금은 성도들이 가져온 폐지와 우유팩 등으로 조성됐으며, 무료시술자는 지금까지 4200명으로 수술비만 81억원이 넘는다. 조 목사는 심장병 어린이 시술지원 사업과 소년소녀가장돕기 운동을 적극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아 96년 5월 정부가 민간인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88년부터는 사랑의 헌혈운동을 적극 전개해 20차에 걸쳐 7만명이 헌혈에 동참했으며, 4만3000여장의 헌혈증을 기탁했다. 교회는 88년 경기도 군포시 엘림복지타운을 건설하면서 기독교 사회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불우 청소년과 무의탁 노인을 위한 기독교 구제사업으로 동양 최대 규모를 갖춘 이곳은 6만6100㎡(2만평) 부지에 150억원이 투입돼 건설됐다. 이후 엘림선교원과 직업전문학교, 노인전문요양원 등을 설립했다. 98년 시작된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운동을 통해 의류를 장애인 시설과 미자립교회 등에 전달했다.

◇사회복지를 시민운동으로 승화=99년 창립된 선한사람들(현 굿피플)은 사회복지를 시민운동으로 끌어올렸다. 인종과 국경, 종교와 이념을 초월해 국내외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한 교회 최초의 NGO로 북한 옥수수 씨앗, 비료 지원, 북한 어린이 급식, 미숫가루 지원, 결핵약품 지원, 호스피스 사업, 불우이웃돕기, 외국인 근로자 지원 등의 사업을 펼쳤다. 굿피플은 지난해 85억3300만원의 예산으로 국내외 사업을 전개한 바 있다.

2003년에는 순복음의료센터를 개원하고 외국인 노동자와 장애인, 농어촌 교회 및 무의촌지역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이듬해에는 교회 내에 사회복지국을 신설하고 상담소, 의료센터, 호스피스부 등을 두어 전문적인 사회복지 서비스를 지원했다. 2006년 5월 은퇴 교역자와 선교사들의 노후를 위한 실버타운을 준공했다. 2007년 12월엔 북한 어린이의 심장병 치료를 위해 평양 대동강구역 동문2동에 평양조용기심장전문병원 착공식을 가졌다.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서해안 기름제거 봉사활동에 나섰는데 조용기 이영훈 목사를 비롯해 대교구와 지교회 성도 6000여명이 참석했다.

◇자선재단으로 새 모델 제시=교회의 사역은 자선재단을 통해 제2의 나눔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조 목사의 성역 50주년을 기념해 2008년 2월 발족된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은 3년간 94억원을 투입해 저소득층 주택 수리, 지역아동센터 시설 보수, 다문화가정 상담 지원, 중증장애인 빨래방 설치 등 1만5000여건의 후원사업을 전개했다. 물품전달, 지원 중심의 사업에서 상담, 생활환경 개조, 교육여건 마련 등 수혜자 중심의 사업을 통해 한국교회의 새로운 복지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재단은 최근 조용기자선재단으로 이름을 바꾸고 조 목사의 제2기 사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교회사 전문가인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영혼 구원뿐만 아니라 사회참여와 복지활동 등 시대가 요청하는 목회를 해 왔다”면서 “영적·육체적 가난과 질병 속에 있던 사람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심어주고 사회의 필요에 민감했던 교회 사역은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전인구원 (Holistic Salvation)

갈보리 십자가를 통한 구원은 삶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는 온전한 구원이라는 뜻이다. 여기엔 개인구원뿐 아니라 사회구원도 포함된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나눔과 섬김의 철학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전인구원을 목표로 하는 교회의 목회철학을 떠받치는 3개 기둥은 영혼이 잘되고 범사가 형통하며 강건함을 추구하는 삼중축복과 오중복음(중생 성령 신유 축복 재림), 4차원 영성(생각 꿈 말 믿음)이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