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선행’ 2011년 추석에도 이어졌다

입력 2011-09-13 18:40

‘얼굴 없는 기부천사’들이 수십 년째 베풀어온 선행이 올 추석에도 이어져 훈훈함을 더했다.

13일 부산시 사하구에 따르면 신분을 밝히길 꺼려하는 한 독지가가 최근 감천1·2동 주민센터로 쌀 20㎏짜리 20포대를 각각 보내왔다.

전달된 쌀은 160만원어치에 해당한다. 이 독지가의 선행은 벌써 25년째 이어지고 있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면 주민센터를 통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쌀을 전달해오고 있다.

사하구는 독지가의 이웃사랑이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올 추석에 처음으로 기부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 독지가는 끝내 이름 밝히길 거부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2동 주민센터에는 지난 5일 발신인을 알 수 없는 라면 100상자가 배달됐다. 라면을 보낸 사람은 배달원에게 ‘지역에서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민’이라고만 밝혔다는 것이다. 온천2동은 기탁자의 따뜻한 마음을 헤아려 지역 내 독거노인과 저소득 가정에 라면을 전달했다.

같은 날 동래구청 민원실에는 쌀 10㎏짜리 25포대가 배달됐다. 쌀을 보낸 이는 2009년 12월부터 한차례도 빠짐없이 매달 쌀 25∼30포대를 동래구에 기탁하고 있다.

제주시 일도2동 주민센터와 화북동 주민센터에도 10년째 선행이 이어지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않은 독지가는 매년 추석과 설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 달라며 10㎏들이 쌀 200포대를 보내오고 있다.

일도2동과 화북동 주민센터는 기탁받은 쌀을 독거노인 및 중증 장애인가구,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다문화 가정 등에 골고루 나눠줬다.

강철수 제주시 주민생활지원과장은 “이름을 숨겨 더욱 값진 이웃사랑이 십여 년째 계속되고 있다”면서 “추석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향한 보름달 같은 풍성한 인심이 올해에도 변함없이 이어져 기쁘다”고 말했다.

부산·제주=윤봉학 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