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희생자 추모 워싱턴DC ‘평화 콘서트’… 한덕수 주미대사, 기타 치며 노래 불러

입력 2011-09-13 18:32

한덕수 주미대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케네디센터에서 ‘깜짝 공연’을 가졌다.

워싱턴DC 한인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9·11 10주년을 맞은 이날 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는 ‘평화 콘서트’를 개최했다. 한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1부에서 미국인들의 애창곡인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을 연주한 뒤 휴식 시간이 끝날 무렵, 사회자가 갑자기 “한국 대사의 특별한 연주가 있겠다”고 발표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한 대사는 무대 위로 올라가 자신의 클래식 기타를 치며 1970∼80년대 활동한 남성 듀엣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불렀다.

관객들은 느닷없는 한 대사의 ‘공연’에 놀랐고, 그의 기타와 노래 솜씨에 또 한번 놀랐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등 환호를 보냈다.

한 대사는 연주가 끝난 후 무대 인사말을 통해 “10년 전 9·11 테러 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이 노래를 택했다”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어 “나보다 한 살 많은 제임스 테일러가 그라운드제로에서 연주를 했던 것처럼, 나는 워싱턴 케네디센터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싱어송라이터인 제임스 테일러는 오전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한 뉴욕 그라운드제로 추도식에서 기타를 치며 ‘눈을 감아요(close your eyes)’라는 노래를 불렀다.

한 대사는 콘서트가 끝난 후 “주최 측이 한마디 연설을 요청해 왔는데, 공연 취지가 너무 좋아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기로 했다”면서 “대학시절 기타를 쳤었는데, 며칠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며 웃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