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공화당 ‘부자 증세’ 충돌

입력 2011-09-13 18:0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발표한 새로운 경기부양책을 모두 충족하려면 4470억 달러(약 480조원)가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소요 재원의 상당 부분을 ‘부자 증세’로 조달하겠다고 12일(현지시간) 밝혔다. 공화당이 당장 강력히 반발하는 등 또다시 백악관과 공화당 사이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요 노동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증세를 통한 재원 확보 방안을 밝히면서 “우리는 지난 2년 반 동안 경제위기와 싸워왔으며, 이제는 안정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즉각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잭 류 백악관 예산국장은 보충 설명을 통해 연간 소득 20만 달러인 개인 또는 25만 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가구들이 세금을 더 물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4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석유업계 보조금 폐지와 기업 항공기 감가상각기간을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부자 증세는 지난해부터 진보와 보수 진영이 뜨겁게 논쟁하던 사안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자 증세 방침으로 이 문제가 또다시 미 정치권의 최대 이슈로 떠오르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대대적인 홍보전을 시작했다. 지난 9일 하원 원내대표인 공화당 에릭 켄터 의원의 지역구에 있는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대학에서 연설한 데 이어 13일에는 오하이오를 방문했고, 16일에는 노스캐롤라이나로 날아갈 예정이다. 모두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연설이다.

공화당도 바로 반격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특정계층을 겨냥한 세금 인상에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8인)들은 이날 밤 CNN과 보수적 유권자단체인 티파티가 공동 주최한 플로리다 템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보다 자극적으로 공격했다. 지지율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오바마는 바로 당신들에게 세금을 더 내라 하고 있다”며 “그렇게 돈을 쓰고도 일자리 창출은 제로(0)”라고 비난했다.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상원의원은 “오바마의 경제는 재앙이라고들 얘기한다”며 “이번 (경기부양) 대책은 오로지 그 재앙을 더 발전시켜주는 것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티파티 등 보수 진영은 오바마 대통령의 증세 방안에 대대적인 공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예상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