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에게 듣는다-⑭ 김종신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외국 CEO들 한국 원전기술 보면 입이 딱 벌어질 것”
입력 2011-09-13 18:00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인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때 우리는 기술이나 돈도 없어 자갈이나 모래, 시멘트 정도만 제공하는 수준이었습니다. 당시 건설 현장에 있던 외국인들은 가난한 우리나라의 불결한 위생을 걱정해 물이나 음식을 홍콩에서 가져다 먹곤 했습니다. 그때는 무척 자존심이 상했죠. 나중에 고리 3, 4호기를 우리가 주도해서 추진하자 당시 외국인들은 ‘너희가 할 수 있겠느냐’며 코웃음을 쳤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공했고, 원자력 선진국이 됐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김종신(66) 사장은 우리나라 원자력의 산증인이다. 1972년 한국전력공사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원자력 분야에서 근무했다. 고리 1호기를 건설할 때 ‘원자력 요원’으로 뽑혀 6년간 건설 현장을 누볐고, 고리 4호기를 완공할 때나 여러 연구개발 과정에서도 실무자로 참여했다.
그는 지난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구의 화석연료는 언젠가는 고갈되고, 태양광과 풍력, 조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는 에너지 수요량을 감당할 수 없다”며 “현실적 대안은 원자력뿐”이라고 단언했다.
“1kwH의 전기를 생산하는 단가는 원자력이 약 39원이지만 석탄은 53원, 기름은 160원, 태양광은 670원이나 됩니다. 또 원자력 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석탄의 100분의 1에 불과하죠.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 기술이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원전 외에는 대안이 없어요.”
김 사장은 우리나라 원전이 설계 자체부터 일본 원전보다 훨씬 안전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우리 원전을 더욱 안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우리 원전의 주요 구조물이나 기기는 규모 6.5 이상 지진에도 견디도록 설계됐고, 발전소 부지도 해수면보다 10m나 높아 해일에도 안전합니다. 현재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해안방벽 증축과 방수문 설치, 정전에 대비한 이동형 발전차량 확보 등 총 83개 항목의 개선대책을 수립했습니다.”
김 사장은 우리의 원전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전 세계에 440기의 원전이 운영되고 있는데,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통상 원전 1기 건설금액이 3조∼4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금액으로는 1000조∼1200조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어마어마하죠.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과 운영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점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고 있어 수출 전망이 밝습니다.”
그는 선진국들이 과거 원전 사고로 몇 차례 주춤할 때 우리는 한시도 기술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점을 원전 선진국 비결로 꼽았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에 이어 86년 체르노빌 사고까지 터지자 세계는 ‘원전은 끝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히려 83년부터 한국형 원전 연구를 시작했고, ‘10년 국가 원자력 자립계획’을 수립해 기술개발에 매진했습니다. 그때는 선진국에서 기술이전도 쉽게 해주더군요. 이런 과정을 거쳐 95년 3월 95% 우리 기술로 지은 영광 3호기가 탄생했죠. 그리고 우리는 이미 90년에 미래형 원자로 개발을 시작했고 지금은 더 앞선 형태의 원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개발에 2020년까지 6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매년 매출의 6.2∼7.0%가 기술개발에 투자되는 셈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목표는 원전 안전성을 10배 이상 향상시키고,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개발하는 원자로보다 20% 이상 경제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앞서 공식 부대행사로 내년 3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원자력업계회의에 적잖은 신경을 쓰고 있다. 원자력업계회의는 국제 원자력 관련 기구 대표들과 47개 핵안보정상회의 참여국에서 최소 1개 이상의 기업 또는 기관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김 사장은 “외국인들에게 우리 원자력 기술을 보여 주면 입이 딱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 사장은 ‘주어진 기간 동안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자’는 게 생활신조라고 말했다. 좌우명도 매사진선(每事盡善)이다. 생활철학은 창조주를 기억하고, 항상 감사하며 이웃과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신 사장은
△1945년 경남 마산 출생 △1972년 서울대 기계공학과 졸업 △1972년 한국전력공사 입사 △1991∼2001년 원자력기술실장, 해외사업처장, 고리원자력본부장 △2004년 한국서부발전 사장 △2007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2011년 세계원자력협회 이사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