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송유관 폭발… 사망자 120명 넘어

입력 2011-09-13 18:04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빈민가인 룽가룽가에서 12일(현지시간) 석유 송유관이 폭발해 최소 120명이 숨졌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나이로비 시의회의 한 관리는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120명”이라며 “시신이 강에도 있기 때문에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현지 케냐타 국립병원 관계자는 112명의 3도 화상 환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전했다. 희생자 중에는 어린이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목격자들은 밝혔다.

이날 사고는 룽가룽가에 연결된 송유관에서 휘발유가 새어나오자 주민들이 이를 담아가기 위해 송유관 주변으로 몰려든 상황에서 발생했다. 한 주민은 “사람들이 새어나오는 휘발유를 담으려고 송유관으로 갔는데 굉음과 함께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고 화염이 높이 치솟았다”고 말했다. 이 지역 주민들이 송유관에서 새어나오는 휘발유를 얻기 위해 긴 줄을 서는 것은 일상적인 일로, 석유회사조차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AFP는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정확한 폭발 원인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BBC 방송은 버려진 담배꽁초가 화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폭발이 일어나자 일부 주민들은 몸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인근 강물로 뛰어들기도 했다. 경찰은 강물로 뛰어든 희생자들이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망을 쳐놓고 있다.

현지 일간지 데일리 네이션 인터넷판에 따르면 상황 수습을 위해 현지를 방문한 라일라 오딩가 총리는 송유관의 석유 누출을 막는 마개가 고장 나는 바람에 휘발유가 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9년에도 케냐 서부 지역에서 뒤집힌 석유 탱크에서 유출된 연료를 담아가기 위해 주민들이 모여들었다가 122명이 화재로 목숨을 잃은 바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