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는 ‘묘한 기름값’… 연일 최고가
입력 2011-09-13 20:58
서울 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등 이달 들어 기름값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는 2008년 최고치보다 낮은데도 현재 주유소 기름값은 그 당시보다 더 비싸 국내 정유사·주유소들의 잇속 챙기기가 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보통휘발유 가격은 12일 현재 ℓ당 2042.45원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2029.71원(지난달 7일)을 넘어선 지난 6일 이후 연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고급 휘발유 가격도 12일 현재 전국 2175.40원, 서울 2297.71원으로 사상 최고가 경신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석유업계는 이달 들어 기름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국제 유가는 주유소 판매가보다 약 3∼4주가량 선행한다. 연초 배럴당 90달러대였던 두바이유(현물)는 이후 중동 국가들의 정세 불안으로 3∼4주 전 110달러 선까지 올랐다. 싱가포르 국제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보통휘발유 가격도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120달러 중반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재 국내 기름값 상승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되던 2008년 두바이유는 그해 7월 4일 배럴당 140.70달러, 국제 보통휘발유는 147.30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 국제 유가가 국내에 반영된 3∼4주 후 주유소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800원대였다.
최근 국제 유가는 2008년 최고가 기록 때보다 15% 이상 낮은데도 주유소 판매가는 그 당시보다 비싼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2008년 기름값이 낮았던 건 정부의 유류세 한시 인하 등 혜택 때문이었다”며 “최근 기름값 상승 원인은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른 각종 물류·관리비용 증가, 추석 연휴를 맞아 기름 수요가 증가하는 등 복합적인 상황을 전부 고려해서 판단해야지 국제 유가 동향만 가지고 따지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한국주유소협회는 “현재 기름값의 절반이 세금인데 신용카드 수수료는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세금에 대한 수수료까지 주유소가 부담하고 있다”며 “카드 수수료가 주유소 업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기름값의 48%는 세금이고 신용카드 수수료는 주유소 판매가격의 1.5%로 책정돼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