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 기증 ‘발길’ 정부가 되돌린다
입력 2011-09-13 21:46
정부 예산부족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도움 정신을 가로막고 있다. 올해 조혈모세포 기증 사업과 관련된 예산이 바닥나 조혈모세포를 기증하기 위해 헌혈의 집 등을 찾는 시민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어 예산 확충 등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조혈모세포는 백혈병 등 악성 혈액질환과 류머티스 관절염, 루푸스, 전신성경화증 등 여러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응용되고 있다.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 모집기관인 대한적십자사는 지난달 헌혈의 집에 조직적합성항원(HLA) 검사에 필요한 예산이 소진돼 기증 희망자 등록을 받아도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HLA 검사는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자의 혈액성분을 분석하는 것으로 조혈모세포 기증에 필수적인 절차다. HLA 검사결과는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저장된 후 혈액성분이 일치한 환자를 찾는 데 쓰인다. 정부는 백혈병 치료와 장기 기증문화 확산을 위해 1994년부터 ‘조혈모세포 기증 지원 사업’을 시행해 1인당 14만원이 드는 HLA 검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이 예산이 조기에 소진돼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을 받아도 검사를 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도움문화는 확산되는데 예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3일 “7월말쯤 올해 책정된 조혈모세포 기증 사업예산 41억원으로 검사할 수 있는 인원 1만9000명 중 1만8700여명의 기증 희망자가 모집됐다”면서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확산돼 회사 등 단체 기증자가 크게 증가해 상반기에 관련 예산을 다 소진했다”고 난감해했다.
‘조혈모세포 기증 지원 사업’ 예산은 2006년 36억7400만원에서 2007∼2008년 각 45억5700만원으로 늘었지만 2009년부터 올해까지 연 41억100만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9년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면서 장기를 기증한 뒤 조혈모세포 기증자가 급격히 늘어 기획재정부로부터 4억원을 추가로 받았다”면서 “예산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기증 희망자의 중도 취소율을 낮춰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말까지 적합 대상자가 나타난 조혈모세포 기증동의자 6552명 중 41%에 해당하는 2708명이 기증을 거부해 3억8000여만원의 검사비용이 낭비됐다. 기증하지도 않을 사람이 HLA 검사만 받은 상황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